(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미국에서 말기 신장 질환을 앓는 60대 남성이 인간 몸에서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도록 유전자 교정을 받은 돼지의 신장을 이식받았다. 수술 후 일주일 가까이 지나는 동안 환자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21일(현지시간) 미 바이오벤처인 e제네시스 발표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의 카와이 타츠오 박사와 나헬 엘리아스 박사가 이끄는 의료진은 지난 16일 말기 신장 질환을 앓는 62세 남성을 상대로 유전자 변형 돼지 신장을 이식하는 수술을 했다.
2년전 이식 환자는 두달만에 사망…의료계 "관심 갖고 지켜봐"
이번 수술은 미 식품의약청(FDA) 특별 승인하에 이뤄졌으며, e제네시스가 이식수술을 위해 유전자를 교정한 돼지 신장을 제공했다.
해당 남성은 혈관을 통한 투석 치료를 지속할 수 없게 되면서 이식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는 상태였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그는 장기기증자의 신장을 이식받고자 대기 명단에 등록했지만, 언제 수술을 받을지 기약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이번 수술에 동의했다.
수술이 끝난 뒤 환자 상태는 양호하며 현재 병실에서 회복 중이라고 병원 측은 전했다.
앞서 e제네시스는 하버드의대 등 연구팀과 함께 지난해 10월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 유전자 변형 돼지의 신장을 이식한 원숭이의 장기 생존 사례를 발표해 주목받았다.
연구팀은 당시 네이처에 거부 반응을 최소화하고 인간 적합성을 높이기 위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SPR-Cas9) 기술로 유전자를 편집한 미니 돼지의 신장을 이식받은 원숭이가 최장 758일까지 생존했다고 발표했다.
유전자 교정 기술은 유전체 내 특정 DNA를 인식해 교정하는 기술로 유전자 교정 가위로도 불린다. 특정 유전자를 인식하는 단백질 부위와 표적 유전자를 절단하는 효소로 구성되며 유전·난치 질환 치료와 동·식물의 품종 개량 등에 활용된다.
돼지 신장을 뇌사자에게 이식한 사례는 과거에 있었지만, 유전자 변형 돼지의 신장을 살아있는 환자 몸에 성공적으로 이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WSJ은 전했다.
지난 2022년에는 메릴랜드대 메디컬센터가 유전자 교정 돼지 심장을 중환자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벌였으나 환자가 두 달 뒤 사망했다고 WSJ은 설명했다.
동물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이종 간 장기이식은 이식용 장기 부족 문제 해결책이 될 수 있지만 사람 치료에 적용하려면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많다고 여겨져 왔다.
UT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의 파시아 바게피 박사는 이번 이식수술에 대해 "모두가 큰 관심을 갖고 이 환자가 어떻게 될지 지켜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pa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