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전국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 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양오봉 전북대학교 총장이 집무실을 의과대학으로 옮긴다.
교수들 "정부 뜻 관철하려는 의도…전형적인 점령군 행태" 지적
양 총장은 '스킨십 강화'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웠지만 의대 교수들은 "저의가 의심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3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양 총장은 오는 26일부터 집무실을 의대로 옮길 예정이다.
그는 최근 대학 보직 교수들에게 이러한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무실은 의대 본관 1층 학장실 앞 유휴 공간에 차려질 예정이다. 양 총장은 오전 8시부터 임시 집무실에 머물면서 학생들, 교수들과 밀착해 소통하겠다는 의지다.
전북대 의대·전북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교수들과 회의도 자주 열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임시 집무실은 자신의 임기까지 지속해서 운영하겠다는 게 양 총장의 뜻이다.
전북대 관계자는 "양 총장은 그간 의대 교수, 학생과 대화하는 데 물리적 거리, 공간적 한계가 있어서 늘 아쉽게 생각했다"며 "거리를 좁히고 한계를 걷어내기 위해 직접 의대 안으로 들어가겠다는 게 총장의 의지"라고 전했다.
그러나 전북대 의대 교수들이 양 총장의 뜻을 그대로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양 총장과 의대 교수 사이 감정의 골은 대학이 교육부에 의대 정원을 현 142명에서 240명까지 늘려달라고 요청하면서 깊어졌다.
교육부는 결국 지난 20일 전국 대학별 의대 증원 계획을 발표하면서 전북대 정원을 2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최근 전북대 의대 학장 등 12명의 보직 교수는 보직 사임서를 일괄 제출하기도 했다.
양 총장의 집무실 이전 소식을 접한 교수들은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 총장이 정부의 뜻을 관철하려는 목적 아니겠느냐는 게 교수들의 말이다.
의대 한 교수는 "양 총장의 집무실 이전은 정부의 뜻을 받들어 전공의들을 다시 병원으로 돌아오게 하고 교수들의 이탈을 막으려는 것 아니겠느냐"며 "학교와 병원이 모두 자신의 것이라는 전체주의적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대로 집무실을 옮기려면 의대 교수들의 뜻을 먼저 물었어야 한다"며 "막무가내로 교수들과 물리적 거리를 좁힐 게 아니라 의대 정원이 늘어나는 데 대비한 기자재 수급 방안, 교육과정 구성 등 계획을 먼저 들고나오는 게 순서"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교수는 "양 총장의 행동은 교수는 물론 전북대병원장까지 압박할 수 있다"며 "정부의 뜻, 자기 뜻에 수긍하지 않으면 병원도 접수하겠다는 전형적인 점령군 행태"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양 총장은 우리 대학의 의대 정원이 부족하다고 말하면서 늘 정부 편을 들어왔다"며 "이번에도 정부의 말을 그대로 교수들에게 주입하면서 의대 행정 업무를 잠식하겠다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맹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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