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위해 최초로 실시했던 수요조사부터 집단 반발 조짐이 감지됐다는 전언이 나왔다.교육부의 수요조사 당시 공문 답신을 수차례 거부한 대학이 있었지만, 미제출 시 기타 정부 지원 사업 불이익 거론돼 이를 제출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의대정원 확대에 반발한 집단행동 조짐이 사전에 감지됐지만, 이를 외면하고 2000명이라는 무리한 수치를 꺼내 의료계와 갈등을 심화시켰다는 비난에 무게가 쏠리는 정황인 셈이다.
주요 의과대학 교수들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께 필수의료혁신 전략 후속 조치로 이뤄진 최초의 수요조사에서 증원 인원을 받아내기 위한 압박 정황이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는 10월 27일부터 11월 9일까지 2주간 전국 40개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그 결과, 2025학년도 증원 수요는 최소 2151명이라는 충격적인 수치가 나왔다.
물론 각 대학들이 이해 득실에 따라 교육 수행능력 등을 고려치 않고 경쟁적으로 과도한 수치를 적어 냈다는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이와 관련,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이전 수요조사 결과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고, 적정 확대 인원을 350명으로 재차 발표했지만 크게 조명받지는 못했다.
이후 2024년 2월 22일부터 3월 4일까지 재차 2025학년도 의대정원 조정 신청을 받은 결과, 총 40개 대학에서 3401명의 증원을 다시 신청해 더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당시 신찬수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사장은 “수요 조사를 한번 더 발표하면서 전국 의대 설문조사가 여론몰이용이었다는 것이 정확히 드러난 셈 ”이라고 힐난한 바 있다.
순탄치 않던 수요조사…의과대학 여론 외면
의과대학 교수들은 수요 조사 당시 현장 교육과 확대 당사자인 의대 여론이 반영됐지 않다는 지적을 수차례 언급했다.
결국 이는 수요조사 초기부터 현실적으로 의료계 의견이 반영됐다면, 현재와 같은 최악의 사태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도 조명되는 대목이다.
A의대 교수는 “수요조사에서 의대가 아닌 대학본부에서 일방적으로 정원확대 압력을 넣은 사례도 전해들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B교수는 “당시 某대학교가 의대정원 확대 가능 인원을 제출토록 요구받았지만, 수차례 거절했고, 이후 정부지원사업 등에서 불이익 가능성이 제기돼 결국 제출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C교수는 “의료 관련 건강정책들도 시범사업을 몇년 간 진행하고 본 사업에 돌입하는 데 가장 중요한 의대정원 확대 문제를 이렇게 일사천리로 진행한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수요조사 논란 직후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실태조사 돌입을 예고했지만, 증원과 상황이 시시각각 급변해 실질적 효과가 없다고 판단하고는 중도 포기했다.
전의교협 관계자는 “수요조사 초기 의대를 향한 여러가지 압박 정황들이 전해져 자체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하려고 했지만, 관련 정책들과 상황이 급변해서 어쩔 수 없이 포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수요조사 결과에 대해 아쉬움이 컸지만, 이제와서 당시 문제 정황을 다시 꺼내봤자 돌이킬 수 없고 현재 상황을 잘 봉합하는 게 중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