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개혁'을 천명한 정부가 비의료인의 피부‧미용시술 허용을 예고하자 피부과 의사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비의료인의 무분별한 피부‧미용시술이 허용될 경우 심각한 의료사고 및 사회적 문제를 야기해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가져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한피부과의사회는 지난 달 31일 더케이호텔에서 춘계학술대회를 열고 '미용 의료시술 자격 확대' 등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비의료인 미용시술 허용, 국민에 심각한 위해"
지난 2월 1일 정부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했다. 그 중에는 미용 의료시술이 '의사 독점 구조'라며, 이 독점을 깨기 위해 시술 일부를 비의료인에게도 허용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정부는 "미용성형이 보건의료라고 보기 어려운 시장"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안인수 대한피부과의사회 홍보이사는 "의사면허가 없는 비전문가의 미용 의료시술 허용 정책을 강력히 반대한다"며 "이러한 정책은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가져올 것"이라고 힐난했다.
이어 "현 의사면허 제도는 의료인이 해당 시술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6년의 교육과정, 전문적인 자격시험 등을 통과한 자격을 갖춘 사람에게만 부여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자격 획득을 위해 충분한 의학적 지식이 갖춰져야 한다"며 "비의료인들이 시술을 수행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며, 그로 인한 부작용은 매우 심각하다"고 설파했다.
그는 "예를 들어 필러 주입으로 인한 실명과 피부 괴사 등의 부작용이 간간이 보고되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의료인들은 꾸준한 교육과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6월 해외에서 한 여성이 엉덩이 리프팅을 위해 불법시술을 받았다가 뇌졸중으로 사망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해당 여성은 의사면허가 없는 비전문가에게 시술을 받았다가 이후 전신 감염이 발생해 결국 뇌졸중으로 사망했다.
안인수 이사는 "비전문가들의 시술 급증으로 피부 괴사, 실명, 사망 등이 위험이 늘어날텐데 이러한 부작용을 누가 책임질 것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부는 이러한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가져올 정책을 강행하려 하는데 이에 대해 어떠한 책임을 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정부 오판에 피부과 붕괴 우려"
조항래 대한피부과의사회장은 "피부과 역시 필수의료"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인식하는 피부 미용만 있는 게 아니라 건선, 아토피 등 만성질환도 있고 물집병처럼 사망에 이르는 질환도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피부과 전문의는 1980년대초 피부질환연구를 시작해 1990년대 초부터 미용 분야까지 연구 범위를 확대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부과 전문의가 차근차근 영역을 넓혀왔기 때문에 K-뷰티 시장 등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당연히 피부과도 필수의료"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낙수효과'를 통해 기피과로 의사를 유입시키겠다는 정부 방침도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의료인에게 피부미용을 허용해 피부과를 어렵게 만들면 젊은의사들이 필수과로 갈 것이라는 게 정부 계산이지만 그렇게 되면 K-뷰티 아성도, 피부과 진료도 붕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면허제도 근간을 해치는 근시안적 정책 강행에 우려를 표한다.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정책이 추진된다면 대한의사협회, 대한피부과학회 등과 함께 적극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