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발성 뇌암인 교모세포종의 치료 전망을 새롭게 열 수 있는 중요한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이번 연구에서는 RNA 결합 단백질 ‘ELAVL2’가 교모세포종 악성화와 치료 저항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교모세포종은 중추신경계에서 발생하는 가장 치명적인 뇌종양으로 고도의 악성화 경향과 높은 치료 저항성으로 재발이 빈번하다.
이러한 난치성 질환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법 개발은 오랫동안 의학계의 큰 과제였다.
서울대병원 박성혜·백선하 교수팀은 ELAVL2 단백질 결핍이 교모세포종의 메젠카이멀 형질 전환을 촉진하며, 이로 인해 화학요법 내성이 증가함을 규명한 연구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교모세포종은 유전자 변이에 따라 프로뉴로널(proneuronal), 클래시컬(classical), 메젠카이멀(mesenchymal) 3개 아형으로 분류된다.
주변 신경조직으로의 침윤이 심한 메젠카이멀 아형은 특히 악성화 경향이 높고 치료에 대한 반응성이 낮아 예후가 가장 좋지 않다.
그러나 최근 면역항암제를 포함한 새로운 치료법들도 제한적 효과만을 보이고, 조절 메커니즘이 알려져 있지 않아 교모세포종 악성화에 기여하는 새로운 유전자 및 치료법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에 연구팀은 특정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RNA 결합 단백질 ‘ELAVL2’에 주목했다. ELAVL2가 이러한 메젠카이멀 아형으로의 전환을 조절하는 역할을 밝히고자 했다.
공공데이터베이스를 통한 대규모 유전체 및 전사체 데이터 분석을 실시, ELAVL2 발현과 교모세포종의 특정 아형 간 연관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ELAVL2는 다른 암종에 비해 교모세포종에서 가장 빈번하게 결손됐으며, 그 결손은 교모세포종의 악성 메젠카이멀 형질 전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ELAVL2가 교모세포종의 진행과 관련된 중요한 분자적 특징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ELAVL2 매개 변화가 특정 교모세포종 아형 형질과 일치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특히 ELAVL2 발현은 암세포 전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상피간엽이행(EMT)과 관련된 유전자들과 반대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이어 ELAVL2의 손실이 교모세포종 세포의 메젠카이멀 형질 전환과 화학요법에 대한 내성 증가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다양한 세포 실험을 수행했다.
이를 위해 siRNA를 사용해 ELAVL2의 발현을 억제하거나, ELAVL2를 과발현시킨 세포 모델을 구축했다.
연구 결과, ELAVL2 손실은 교모세포종 세포에서 메젠카이멀 형질 전환과 화학치료에 대한 내성 발달을 촉진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반대로 ELAVL2 과발현은 이런 현상을 억제하는 효과를 보였다.
연구팀은 추가로 182명의 뇌종양 환자 조직 샘플을 분석, ELAVL2 단백질 발현 수준과 환자 생존율의 상관성을 조사했다.
이를 통해 높은 ELAVL2 단백질 발현이 유리한 생존 결과와 연관돼 있음을 입증했다.
분자적으로 ELAVL2는 상피간엽이행을 억제하는 분자인 SH3GL3와 DNM3의 전사체에 직접 결합해 그들의 mRNA 안정성을 조절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교모세포종 환자 진단 및 예후 평가에서 ELAVL2를 새로운 바이오마커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발견이 메젠카이멀 전환 억제 및 교모세포종의 화학요법 내성 감소를 위한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