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비대위 심포지엄] 전문의로 우리나라에서 7년, 캐나다에서 21년 근무한 김태경 토론토의대 영상의학과 교수가 국내 과잉진료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먼저 수가를 원가에 맞춰야 한다"며 "수가 정상화가 되면 과잉진료가 줄어 의료비가 많이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30일 오전 서울의대에서 열린 심포지엄 '대한민국 의료가 나아가야 할 길'에서 '캐나다 의사가 바라본 한국 의료 문제'를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이날 휴진에 돌입한 가운데, 우리나라 의료의 발전적인 미래에 대해 논의코자 마련됐다.
김 교수는 의료의 핵심 키워드 세 가지로 효율성, 적정성, 증거기반을 들며 우리나라 과잉진료 심각성을 짚었다.
"서울대병원 검진시스템 보면 온갖 검사를 다 한다"
그는 "서울대병원에서 하는 검진시스템을 보면 온갖 검사를 다 한다. 영상기기 수도 한국이 캐나다에 비해 3배나 많다. 병원들이 왜 이렇게까지 몰렸나 싶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갑상선암만 해도 한국에서는 발생률이 어마어마하게 증가했는데 사망률은 하나도 증가하지 않았다.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JEM)에 게재돼 2800번이나 인용된 연구에서도 이렇게 검사하면 안 된다고 경고(cautionary tale)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과잉진료 근간에는 수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핵심의료 분야 원가가 훨씬 낮기 때문에 과잉진료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영상검사가 꼭 필요한 경우에만 임상 의사가 요청토록 유도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보다도 먼저 수반돼야 할 게 수가를 원가에 맞추는 것이다. 수가가 정상화돼도 과잉 검사와 진료가 줄어들어서 걱정하는 것 만큼 의료비가 많이 증가하지 않을 수 있다"고 봤다.
"캐나다에서 소아청소년과 지원율이 높은 이유는 적정 수가 책정"
캐나다에서 소아청소년과 지원율이 높은 이유 역시 "적정한 수가를 책정했기 때문"이라며 "소청과는 많은 환자를 볼 수 없기 때문에, 만약 수가를 좋게 줘도 안 될 경우에는 기부금을 바탕으로 한 월급제로 전환해서 다른 진료과 의사들과 맞춰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에 있어 의료사고 배상제도 도입 역시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한국 의사들은 이 제도 없이 위험하게 의사 생활을 하고 있다"며 "캐나다에서는 전공의를 포함해 의사 95%가 비영리 의료사고 보험기관(CMPA)에 의무적으로 가입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CMPA는 환자 배상금으로 1년에 약 2000억~3000억원을 지불하고 있다"면서 "의사들이 보험료를 내지만 주정부에서 80% 내외를 보조해준다. 주정부가 의사를 보호해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가 위기이자 기회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의료가 세계 최고며, 이를 유지하고 발전시킨다는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 전공의들이 미래가 더 좋을 것이란 희망을 갖고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이 휴진에 돌입한 가운데, 심포지엄에는 서울의대 방재승 현(現) 비대위원장, 정진행 전(前) 비대위원장 등 의대 교수들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관련 인사들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