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을 포함해 전국 10여개 대학병원 교수들이 3일 하루 휴진에 동참했다.
'셧다운'이 아닌 교수 개별 휴진인 만큼 진료현장에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으나 교수들은 사태 장기화를 심각히 우려하며 의대 증원 원점 재논의를 촉구했다.
서울아산병원 교수 50여명은 3일 오전 진료와 수술을 중단하고 병원 앞에서 1시간 가량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교수들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의료의 미래를 짓밟지 말라', '의대증원 누굴위한 정책인가', '환자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는 세상'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정부 정책에 항의했다.
최창민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은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며 "정부는 비상진료체계로 내년까지 가자는 것인데,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힐난했다.
이어 "많은 의료제도가 잘못됐는데 책임지는 사람이 하나 없다"며 "이 사태가 해결되면 병원으로 돌아가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교수는 그만두고 환자 곁으로만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전공의들의 상처 해결도 중요하지만 증원 중단이 가장 중요하다"며 "정부가 과학적 방법으로 증원 규모를 결정하자는 제안을 거부하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이제 누가 쓰러지느냐 문제"…교수들, 번아웃 위기
홍석경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외상외과 교수도 "교수 3명이 일주일에 세 번씩 당직을 서며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제 누가 먼저 쓰러지느냐의 문제"라고 토로했다.
서울성모병원 일부 교수들도 이날 휴진에 돌입했다. 앞서 서울성모병원 교수협의회는 지난달 26일 매주 금요일 휴진하기로 결정했다.
협의회는 "장기간 지속되는 의료비상 상황에서 의료진의 탈진과 의료사고 예방을 위해 5월부터 금요일 주 1회 외래와 비응급수술의 휴진을 권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료진의 상황에 따라 다른 요일 휴진도 선택할 수 있다"며 "이런 비상조치가 빨리 정상 상황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정부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강원대병원, 충북대병원, 충남대병원 및 세종충남대병원, 건양대병원, 원광대병원, 계명대동산병원 등 교수들이 이날 자체 휴진에 참여했다.
다만 아직 진료현장에 큰 혼란은 없는 분위기다. 한 병원 관계자는 "병원과 협의해 진행하는 휴진은 아니다"라며 "이전에도 학회 참석 등 개별적 이유의 휴진은 허용돼왔다"고 밝혔다.
이어 "병원은 앞서 진료가 일부 축소된 정도 그대로 가동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환자들의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에 입원 중인 60대 환자 A씨는 "하루 이틀 안에 끝날 것처럼 보이지 않아서 혹시나 치료가 미뤄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