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외국의사 도입을 추진하는데 대해 의료계가 격분했다. '외국 의사'보다 '외국 공무원' 수입이 더 시급하다며 보복성으로 시행되는 각종 규제 완화책에 우려를 표했다.
뿐만 아니라 의료현장에서 환자 진료에 전념하는 대학병원 교수들은 정부의 행보에 큰 실망감을 토로했다. 의료인의 사명감을 짓밟으며, 유치한 자존심 싸움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10일 대한의사협회 산하 각 지역 및 지역 의사회들이 잇달아 정부의 외국의사 도입 추진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외국 의사 수입은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며 집단 사직한 것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며 "이번 조치가 사라진 전공의들의 업무를 대체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의료현장에 의사가 없다면 외국에 전세기를 보내서라도 환자를 치료하겠다'고 하더니 이번엔 전세기 대신 외국의사 수입으로 정책 전환을 한 모양"이라고 덧붙였다.
의사회는 "정부가 후진국 수준으로 의료의 질을 후퇴시키고 있다"며 "무능한 현재 복지부 공무원 대신 외국 공무원을 행정고시 없이 대체 고용하는 일만 남았다"고 비꼬았다.
경북의사회는 "지금껏 의료계에 호의적인 정부도 없었지만 의료 관련 정책을 세움에 있어 이렇게까지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하는 정부는 없었다"며 "이번 정책으로 외국 의대를 졸업했으나 한국 의사 국시를 통과하지 못한 이들도 일할 수 있게 된다"고 우려했다.
의사회는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당신은 본인과 가족의 소중한 생명을 이들에게 맡길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의대정원을 늘리지 않는 대학에게는 전체 학과 모집을 못하게 한다는 것은 독재자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역대 정권들이 하지못한 위대한 업적을 하나 만들어 총선 승리를 가져오겠다는 영웅주의적 사고는 실패로 끝났음을 하루 빨리 인정하고 지금이라도 의료계의 안정을 위해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판단을 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일선 현장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대학 교수들 역시 불쾌함을 드러냈다. 40개 의대 교수들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법원에 합리적인 판결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는 "'외국의사' 수입을 하겠다는 복지부를 보면서 모멸감을 느꼈다"며 "의료와 의료현장을 정말 모르는구나. 모르니까 저렇게 용감하게 행동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 퐁당퐁당 당직을 서고, 외래 진료를 보면서 연구도 한다"며 "지금까지는 힘들어도 이렇게 참았던 건 장기적으로 환자 치료, 의료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여겼기 때문"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그런데 더 이상 희생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한다"며 "체력이 너무 떨어질 땐 전공의를 원망한 때도 있었지만, 지금에 와선 무엇을 위해서 나를 혹사시켜야 하나, 의사 수입하면 되는데"라고 꼬집었다.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역시 "일부 휴진을 하는 교수들도 있지만 저는 진료를 보고 있다"며 "그런데 박 차관이 '외국의사 수입'을 거론하는 걸 보니, 당혹스러웠다. 의사를 도구로 보는 게 아니냐"고 성토했다.
이어 "외국의사 수입은 돈은 많지만 학업 능력이 부족해 해외로 유학한 금수저들의 일자리 마련을 위한 정책처럼 보인다"며 "환자를 위해서라도 남아 있는 교수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의료현장을 가스라이팅하며 더 이상 무력하게 만들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