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국내 비흡연 폐암 환자 중 20% 정도를 차지하는 치료 표적이 없는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치료 표적이 발굴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화학생명융합연구센터 이철주 박사팀이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김선영 박사, 국립암센터 한지연 박사팀과 공동으로 한국인 비흡연 폐암을 분석, 에스트로젠 신호전달 체계가 과발현하는 과정에서 특정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많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에 대응하는 항암제 '사라카티닙'을 표적 치료 물질로 제시했다고 12일 밝혔다.
폐암의 주원인은 흡연이지만 비흡연자도 폐암 발병률이 꾸준히 늘고 있으며 특히 여성의 비흡연 폐암 발병률이 높다.
비흡연 폐암 중 80%는 EGFR 단백질, ALK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항암제를 처방하고 있지만, 나머지는 이를 쓸 수 없어 부작용이 크고 반응률도 낮은 세포독성 항암제를 대신 사용하고 있다.
연구팀은 지난 10여년간 국립암센터에 내원한 비흡연 폐암 환자 1천597명 생체 검사 시료 유전자를 분석해 치료 표적이 발견되지 않는 비흡연 폐암 환자 101명의 폐암 조직을 확보했다.
이어 다중오믹스 기법을 활용해 이들의 임상 정보와 유전체, 전사체, 단백체, 인산화 단백체 데이터를 묶어 서로 데이터를 참조할 수 있도록 했다. 다중오믹스는 샘플 속 다양한 분자 정보를 통합해 총체 정보를 얻는 기술이다.
특히 단백체 분석은 동중원소표지법을 활용해 기존 단백질 분석에 필요한 양의 10% 정도인 100마이크로그램(㎍, 100만분의 1g) 단백질만으로도 9천여 종 단백질과 5천여 종 인산화 단백질의 양을 측정할 수 있게 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그 결과 암 발생과 관련된 유전자로 알려진 'STK11'과 'ERBB2'의 운전자 돌연변이(driver mutation)가 이들 환자 조직에서 다수 관찰됐다.
운전자 돌연변이는 세포가 정상적 증식 프로그램대로 따르지 않고 분열해 클론을 만들게 하고, 이 클론이 증폭하며 암을 일으킨다.
또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젠 신호전달 경로가 과발현했지만 호르몬 수용체는 큰 변화가 없었다.
이에 착안해 호르몬 치료제 대신 하위 신호전달 단백질 저해제인 사라카티닙을 변이 세포에 적용했더니, 세포 사멸 효과가 확인됐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연구팀은 에스트로젠 신호 전달 경로에서 특이한 유전자 발현이 나오는 환자를 감별하는 분자 진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비흡연 폐암 동물모델에서 사라카티닙 치료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국립암센터와 전임상 시험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 박사는 "이 연구는 다중오믹스 분석으로 난치 암의 새 치료 표적을 발굴한 것으로 순수 국내연구를 기반으로 병원과 연구기관이 공동연구를 통해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 질병에 대한 다중오믹스 연구의 확장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달 15일 국제학술지 '암 연구'(Cancer Research)에 실렸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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