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공의 사직으로 인한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대형 수련병원에 공중보건의사를 파견한 가운데, 절반 이상은 자신이 파견 의료기관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혀,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이 같은 결과는 공보의가 전공의가 집단 사직한 대형병원의 대체인력이 될 수 있다는 정부 파견 취지가 무색하다는 분석이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회장 이성환, 이하 공보의협)는 지난 5월 3~10일까지 공보의 12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지난 5월 31일 공개했다.
총 563명이 설문에 응답했으며, 이 중 212명은 이번 의료사태 기간 중 대형병원으로 파견된 경험이 있었다. 파견된 212명은 일반의 70명, 인턴 87명, 전문의 55명이었다.
212명 중 108명은 "대체인력으로 파견 기관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그 이유로 '단순 업무 반복'(64.8%), '본인 수준을 넘어선 술기 및 업무'(35.2%), '파견지 의료진과 소통 어려움'(29.6%) 등을 꼽았다.
파견 경험이 있는 공보의 212명 중 168명(79.2%)는 수도권 등 대도시의 대형병원 파견을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이들은 지역의료 공백이 우려(86.4%)되며, 파견의 낮은 유효성에 의구심(70.4%)이 들고 더불어 공보의 업무가 과중(69.8%)하다고 답했다.
44% "종합적인 파견지 평가는 비합리적"
또 212명 중 110명(51.9%)는 파견지와 원 근무 배치기관이 일치하지 않고, 151명(71.2%)은 파견지와 연고지가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포함해 종합적인 파견지 합리성 평가에서 '비합리적'이라고 평가한 이들은 93명(43.9%)에 달했다.
이번 조사에서 파견된 공보의에 대한 수당 지급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12명 중 75명은 수당 지급이 지연돼 아직 받지 못했으며, 38명은 수당을 지급 받았으나 지연된 경험이 있었다. 또 23명은 특정 수당 항목이 미지급되는 등 총 125명(59.0%)이 수당 지급과 관련해 불편을 겪었다.
이성환 공보의협 회장은 "공보의 파견 수당 체불은 지금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4월 파견 수당도 들어오지 않은 경우가 많아 공보의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는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이 '재량'에 맡긴다며 구체적인 민사 책임 보호도 없이 이번 파견이 시작된 것처럼, 수당 문제도 지자체와 '책임 돌리기'식 안일한 대처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