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의 신체능력을 무시한 마라톤 등이 자칫 중년의 심장에는 독이 될 수 있다는 국내 연구진의 경고가 나왔다.
박경민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박경민 교수팀은 운동부하고혈압과 관련된 논문 24개를 종합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 분석에 따르면 중장년층의 과도한 달리기는 심장 돌연사를 일으키는 운동유발성고혈압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운동유발성고혈압은 평소에는 혈압이 정상이더라도 운동 때면 과도하게 오르는 걸 말한다. 수축기 혈압이 남성은 210mmHg, 여성은 190mmHg 이상 기준이다.
연구팀이 선행 연구를 종합 분석했을 때 연령과 나이, 인종을 망라하면 운동유발성고혈압의 유병률이 3 ~ 4%로 높지 않지만, 중년남성으로 국한하면 40%로 10명 중 4명 꼴로 대폭 증가했다.
마라톤을 즐기는 중년으로 범위를 더 좁히면 56%가 운동유발성고혈압에 해당했다. 마라톤을 하는 중년 남성 상당수가 운동유발성고혈압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이러한 고혈압이 일으키는 2차 질환이다. 운동유발성고혈압은 심근경색의 주요 원인인 죽상동맥경화증을 가속화하고, 심방확장, 심근비대 등을 유발해 치명적 부정맥으로 악화될 수 있다.
실제로 연구팀이 찾은 한 논문에는 같은 중년층에서 죽상동맥경화증 유병률이 일반인은 22.2%이었지만 마라톤과 같은 지속성 운동선수의 경우 44.3%에 달했다.
운동유발성고혈압의 또 다른 위험으로 부정맥이 지목됐다.
걷기나 중간 강도의 달리기는 일반 인구의 심장 부정맥 유병률을 감소시키지만, 지구력 운동 선수는 심방세동 부정맥 위험이 일반인보다 5배 높다는 연구도 있었다.
다른 연구에서는 10년 이상 일주일 3시간 이상 마라톤과 같은 고강도의 지속성 운동을 하는 경우 심방세동과 관련 있다고 설명했다. 심방세동은 돌연사의 주요 원인이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40세가 넘으면 마라톤을 즐기기에 앞서 자기 신체 능력부터 정확히 아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박경민 교수는 “심장 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운동부하검사와 본인 심장 건강상태를 알 수 있는 심장CT 검사를 토대로 체계적으로 시작하는 게 건강하게 달리기를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라톤을 하는 경우라면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운동 혈압을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심장CT 검사로 관상동맥석회화가 진행되지 않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임상의학저널(Journal of clinical medicine, IF 3.9)’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