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오는 6월 18일 총파업을 앞두고 정부의 일방적 의대 정원 확대 방침 불합리성을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원장은 14일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에서 열린 '바람직한 의료정책' 토론회 주제발표를 통해 이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안덕선 원장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가 의대 정원을 결정했다고 알려졌지만, 올해 한 번 회의가 열린 게 전부다. 지난해에는 두 번, 재작년에는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보정심은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라 보건의료에 관한 주요 시책 등의 심의 기구다.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보정심은 지난해 말부터 의대 정원 증원 논의가 본격화 된 후 구성됐다.
하지만 안 원장은 보정심 위원 구성 문제점도 짚으며 "전문가 의견은 무시될 수 밖에 없는 관료적인 구조"라고 꼬집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다양한 의료 정책을 추진하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는 점을 예로 들면서 "합리적으로 보건의료 정책의 지속적 변화를 추구하기 위한 사회적 중개기구 육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의료정책 결정 구조 문제점에 공감했다.
강대식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은 "건강보험은 원래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체지만 실체는 보건복지부가 모든 것을 관장한다. 건보공단은 ATM 수준으로 큰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진식 대한병원협회 제2정책위원장은 "그동안 전공의 수련에 대한 의사 결정은 수련환경평가위원회를 통해 이뤄졌지만 실제로 얼마나 개선이 됐는지는 반성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 수련은 우리나라 미래 의료 질(質)을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라며 중개기구가 적절하게 구성되지 못한 점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기구들 중에도 이에 대한 힘을 가진 기구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정부에서 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갈등 관리 위해 소통 중요…지나친 감정적 대응 절제"
의료계 내부적으로 소통을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는 자성론도 제기됐다.
김태현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정책 수립 과정에서 많은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합리적 의사소통 구조를 어떻게 가져갈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감정적 태도를 언급했다.
그는 "지금까지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모습을 보면 상당히 감정적인 면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표현에 대해 꼬리가 붙고 문제가 불거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감정은 조금 덜어내고 행정적 차원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논의를 통해 갈등을 해소하고 원만한 결과를 도출해가는 게 중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 교수는 의료계가 의대 정원을 주제로 꾸준히 소통하지 못해온 점에 대해서도 짚었다.
그는 "그동안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졌으면 좋았겠지만 누구를 얼마나 충원할지 의견이 갈리는 것을 알다 보니 소통하는 시간이 없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의사 출신 김한숙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도 의견을 같이했다.
김한숙 과장은 "갈등 관리를 하기 위해서는 소통이 중요하다. 소통에 문제가 생기면 나중에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정책 수립에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정책은 기획, 실행, 평가 이후 다시 계획을 수립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아이디어가 필요한데 일부 교수들은 정부가 잘 해달라는 의견으로 끝맺는다"고 말했다.
이어 "저도 의사 출신이지만 한 가지 솔루션을 찾기도 힘들다. 의료계가 지속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안해 준다면 큰 도움이 된다"며 "전문가 역할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