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증원에 반대한 의료계가 오는 6월 27일 무기한 집단휴진을 선언하자, 정부가 대한의사협회 해산이라는 극단적 카드를 시사해 앞으로 추이가 주목된다.
전례가 없는 사안이지만 해산은 가능하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다만, 해산 과정에서 법적 다툼이 예상되며, 의료법에 따라 법정단체를 다시 구성해야 해서 제재 실효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 전병왕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집단휴진 및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하루 앞둔 지난 18일 브리핑에서 "의협의 설립 목적과 취지에 위배되는 행위를 할 경우 법인 해산까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미 법적 검토를 완료했으며,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도 의사들이 무기한 진료현장으로 복귀하지 않아 피해가 속출한다면 마지막 카드로 쓰겠다는 의도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명재 이재희 변호사는 "의협 해산에 관한 법규정이 있어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다"며 "그러나 '가능하다'와 '실제 해산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의협 해산시켜도 다시 의사 법정단체 설립해야"
의협은 의료법 제28조 1항 '의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전국적 조직을 두는 의사회를 설립하여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설립된 법정단체다.
의료법에는 의사 중앙회 해산에 대한 규정이 없어, 민법 제38조 법인 설립허가 취소 규정이 준용된다.
해당 규정은 '법인이 설립 허가 조건을 위반하거나 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때 주무관청이 그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라고 명시돼 있다.
즉, 정부는 진료 거부를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로서 공익을 해하는 것으로 보고, 법인 설립허가 취소 사유가 성립한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
그러나 정부가 의협을 해산시켜도 의협 측이 법적 대응에 나설 경우 이 같은 조치의 실효성이 떨어지게 된다.
이명재 변호사는 "해산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명령은 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의협이 명령에 불복해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법적 효력이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의협이 해산돼도 의료법에 따라 의사 중앙회가 구성돼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의사단체가 만들어져야 한다. 구성원이 같으니 새로운 단체가 만들어져도 결국에는 돌고 돌아 '의협'이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의협이 해산돼도 의사를 대표하는 새로운 중앙회, 즉 의사단체가 구성돼야 한다"며 "해산 후 사실상 동일한 사람들이 모여 간판만 다른 단체를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사 회원들이 모여 다시 임현택 회장을 뽑으면 지금과 동일한 상황이 된다"며 "정부가 새 의협의 지도부를 임명할 수 없고, 정권 개정에도 개입할 수 없기에 의협 해산이라는 카드는 '회전문 효과'만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