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공의 집단사직 및 의대 교수들 휴진으로 인한 의료대란 속에서 의료 전문가들은 공공의료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지역 공중보건의사(공보의)로 수도권 대형병원 인력을 채우려는 모습은 현재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모래 위에 지어진 성(城)’이라는 점을 시사한다는 지적이다.
20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의료대란으로 드러난 한국 의료공급체계 문제점과 공공의료 강화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와 보건의료인 출신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 전종덕 진보당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김선민 의원은 “의사 증원은 수단이고, 목적은 인구소멸지역의 중증진료·인구감소 상황에서의 소아청소년과 영역에서 의료서비스를 제대로 받게 하는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공공병원이 건실하게 자리잡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 의원은 “지금까지 의료공급체계는 전체적으로 시장에 맡겨 무정부적으로 운영했고, 실손보험·비급여와 맞물려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면서 “국립중앙의료원을 포함한 공공병원의 기능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무정부 의료체계를 고칠 수 있다”고 봤다.
전종덕 의원도 “이번 의정갈등으로 인한 의료대란으로 민간에 크게 의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취약성이 드러났다”고 진단했다.
이날 예방의학교실 교수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을 비롯한 의료개혁 과제·‘필수의료 패키지’에 대한 평가와 공공병원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비수도권 지역 주민건강 소홀하면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는 환상”
정백근 경상국립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정부의 필수의료패키지가 환상에 그친다고 봤다. 정 교수는 “의사 인력을 늘려 의료공급량을 늘려 지역·필수의료를 개선한다는 취지인데, 진짜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의료대란 속에서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전공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정부가 지역에서 주민들을 보던 공보의를 데려간 조치에 있다. 비수도권 지역주민건강을 소홀히 하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이에 정 교수는 ▲공공의대·공공간호대 설치 ▲지역의사제·지역간호사제 등 특수목적 트랙 설치 ▲지역인재전형을 군 지역 특별전형으로 구체화 등을 늘어난 의대 정원의 후속조치로 제시했다.
그는 “취약지 임상실습 및 수련을 하게 하되 공공정책수가 등 금전적 보상방안이 중심정책이 돼선 안 된다”면서 “지역의료발전기금이 현실화된다면 지방정부가 배분 권한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번번이 예타 탈락하는 공공병원, 일자리 없는데 지역수련 가능할까”
나백주 을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정부가 제시한 지역수련특화과정은 아직 구호에 그친다”면서 “공공병원은 예비타당성조사에서 탈락하고, 일자리가 없지 않나. 취약지에 가서 수련할 수 있는 기반이나 프로그램이 애초에 부실하다”고 봤다.
이어 필수의료 보장성 강화에 대해서는 “환영한다. 중장기 혼합진료 금지 및 비급여 모니터링은 필요한 일”이라고 동의했지만, 의료사고처리특례법에 대해서는 “형사기소 면제보다는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초기 수사권을 부여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옥민수 울산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지난해 5월 지역주민의 숙원이었던 울산의료원 건립이 예비타당성재조사에서 탈락한 것과 관련, “보건의료 전문가가 배제돼 정책적 분석에서 보건의료적 관점 반영이 미흡하다”고 원인을 지목했다.
그는 “비단 울산의료원 뿐 아니라 공공병원 설립에 있어 경제학과 교수들만 참여하는 게 아니라 보건의료전문가가 전문적 식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고, 타당성 검토를 위한 평가영역·항목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