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의 불합리한 제도 혁파를 선언한 의대 교수들이 우선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기 위한 헌법소원에 나선다.
이번 의료사태와 유사한 일이 향후 발생했을 때 교수들 파업의 정당성을 부여받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이하 전의교협)가 의대 교수들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기 위한 헌법소원에 대비, 변호인단을 선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대 교수들이 현재 근로자가 아닌 교원으로만 인정되면서, 병원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요구하고 있지 못한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법원은 지난 2022년 아주대병원 교수들이 학교 측을 상대로 미사용 연차휴가에 대한 수당을 지급하라며 낸 임금 소송에서 교수들은 교원이지 근로자가 아니라며 원고 패소 판결을 한 바 있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은 지난달 31일 가톨릭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정부가 법적으로 교수에 요구하는 것은 교육과 연구 딱 2가지다. 진료는 교수 신분과 아무 상관 없다. 국내 대학 표준계약 구조에도 병원 진료에 대한 부분은 없다. 교수들이 진료까지 하는 것은 당연 겸직으로 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또 교원은 현행법상 파업권을 행사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교원노조법 제8조에 '노동조합과 그 조합원은 파업, 태업 또는 그 밖에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는 어떠한 쟁의행위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한 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전국 교사들의 집단행동이 교사들의 연가, 병가, 재량휴업 등을 통한 '우회 파업' 형태로 진행된 이유기도 하다.
이에 전의교협은 근로자 지위를 위한 헌법소원을 준비하는 한편, 전국 40개 의대에 지부 설치를 추진하고 의대 교수들의 표준 근로계약서를 만들 계획이다.
김창수 회장은 지난달 31일 "전의교협은 우선 의대 교수 노조를 더 활성화하고, 병원 진료와 교육‧연구에 대한 별도 계약 관계를 만드는 작업을 올해와 내년 초에 걸쳐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렇게 되면 향후에 이런 유사한 사태가 벌어졌을 때 교수들이 법적인 신분을 가질 수 있고, 투쟁이나 파업 등에서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부가 판도라 상자를 열었다"며 "앞으로 3년간은 정말 가열차게 투쟁해 의료계의 불합리한 제도를 혁파할 것"이라고 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