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사태가 장기화 되고 있는 가운데 전공의들이 돌아오더라도 진료현장은 그 이전의 일상으로 되돌아 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예상치 못한 계기로 위기를 맞는 ‘블랙 스완(Black swan)’이 아닌 이번 사태 이후 완전히 새로운 ‘뉴 노멀(New normal)’에 대비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특히 의사수급난이 가속화 되면서 의사들 몸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 밖에 없고, 이는 병원들 존립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의료컨설팅 기업 엘리오앤컴퍼니 성만석 대표이사는 지난 28일 열린 대한의료법인연합회 학술세미나에 연자로 나서 의료대란 사태 이후 전개될 진료현장 모습을 전망했다.
성만석 대표는 ‘바람이 강하게 불어올 때가 연 날리기 가장 좋은 때’라는 제하 강연을 통해 병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진단하고 이에 대한 타개책을 제시했다.
우선 이번 사태 이후 당분간 의사인력 시장은 출렁일 수 밖에 없고, 그에 따른 의사 인건비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고령화에 따른 의료수요 증가, 워라벨 추구에 따른 의료진 근무시간 단축, 보상기전 확보를 위한 개원 선호 등이 맞물리면서 병원들의 인력난은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부족한 의료인력 확보를 위한 대학병원과 중소병원 간 치킨게임이 전개될 수 있다”며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의사수급난은 더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최근 10년 간 의료기관 종별 근무의사 추세를 살펴보면 개원의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에 재직하는 의사는 점차 줄고 있는 상황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실손보험, 의원과 병원 간 수가 역전현상 등 개원가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면서 힘겨운 봉직생활 보다는 개원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도드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낮은 대학병원 교수들 급여, 개원가로 이동 포함 의료진 관리 위기"
가뜩이나 개원가로의 인력 이동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병원보다 대학병원 위기감이 더해가는 양상이다. 이는 중소병원 대비 현저히 낮은 대학병원 급여에 기인한다.
실제 엘리오앤컴퍼니 조사결과 대학병원과 중소병원 의료진 급여는 역전된지 오래다.
대학병원 교수의 경우 중소병원 의사들 평균 급여 대비 71.8%, 부교수는 55.7%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조교수의 경우 48.0%로 절반 수준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으로 향후 봉직의 몸값은 더욱 치솟을 수 밖에 없고, 병원들은 ‘인력난’과 ‘인건비’라는 이중고에 시달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성만석 대표는 “대학병원과 중소병원 간 의사인력 치킨게임은 의사 급여체계 상승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며 “인력난과 인건비는 병원들의 존립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타개책으로는 단순한 ‘인건비 통제’가 아닌 선택과 집중을 통한 효율성 극대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존 성과 보상체계 변화 없이 단편적인 ‘인건비 통제’에 나설 경우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는 만큼 더 많은 인건비를 투입하더라도 효율성 극대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성 대표는 “대학병원과 종합병원들이 특성화, 전문화 전략에 따라 진료과 규모와 인력을 개편하고, 평가와 보상이 연계된 시스템으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설파했다.
이어 “요즘 병원들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지만 어렵다고 한탄만 하고 있으면 달라질 게 없다”며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