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미국 연구진이 비만을 유발하는 백색 지방세포(white fat cell)를 칼로리를 연소하는 베이지색 지방세포(beige fat cell)로 바꾸는 방법을 찾았다. 이 결과는 관련 치료법의 임상시험 실패 원인을 설명해주며 새로운 체중 감량 약물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브라이언 펠드먼 교수팀은 2일 의학 학술지 임상 연구 저널(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에서 생쥐 모델과 인간 지방세포 실험을 통해 특정 단백질 생성을 제한하면 백색 지방이 베이지색 지방으로 바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인간 등 포유류는 백색, 갈색(brown), 베이지색 등 세 가지 지방세포를 가지고 있다. 백색 지방은 열량을 저장하고, 갈색 지방은 에너지를 태워 체온 유지를 돕는다. 베이지색 지방은 백색과 갈색 지방 성질이 모두 있어 칼로리를 연소하지만, 덩어리를 형성하는 갈색 지방과 달리 백색 지방 사이에 축적된다.
포유류는 출생 때 갈색 지방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인간 갈색 지방은 생후 첫해에 대부분 사라진다. 하지만 다이어트나 추운 환경에서는 백색 지방이 베이지색 지방으로 바뀌는 현상이 나타난다.
과학자들은 비만 치료를 위해 백색 지방을 갈색 또는 베이지색 지방으로 바꾸는 약물 개발 등을 모색해 왔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펠드먼 교수는 그동안 많은 사람이 줄기세포에서 갈색 지방을 만들려고 했다며 이 연구에서는 백색 지방 세포를 직접 베이지색 지방세포로 전환하는 스위치를 찾고자 했다.
연구팀은 이전 연구에서 신진대사와 지방세포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KLF-15' 단백질에 주목했다.
평생 갈색 지방이 유지되는 생쥐에서 KLF-15가 어떻게 기능하는지 조사한 결과, KLF-15는 갈색이나 베이지색보다 백색 지방 세포에 풍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KLF-15가 결핍된 백색 지방세포를 가진 쥐를 만들자 체내 백색 지방이 베이지색 지방으로 전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또 인간 지방세포 실험을 통해 KLF-15가 에너지 균형 유지에 관여하는 'Adrb1'이라는 수용체의 양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과학자들이 그동안 생쥐에서 'Adrb3' 수용체를 자극하면 체중이 준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에 작용하는 약물 임상시험을 했으나 실패했다며 이 연구는 이들 약물 표적이 잘못됐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펠드먼 교수는 "인간 Adrb1 수용체를 표적으로 하는 약물이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 약물은 식욕과 혈당을 억제하는 새로운 주사형 체중 감량 약물보다 상당한 이점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방식은 뇌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지방 축적에만 작용, 부작용도 피할 수 있다"며 "아직 결승선에 도달한 것은 아니지만 이 발견이 비만 치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히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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