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모든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 철회를 선언하면서 의정갈등 사태가 변곡점을 맞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복귀 전공의들과 형평성 논란 등이 제기됐지만 정부는 ‘의료공백 최소화를 위한 조치’라며 사태 확산을 막고 갈등을 봉합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8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전공의들의 복귀 여부와 상관없이 예정됐던 행정처분을 전면 철회한다고 밝혔다.
행정명령에 이은 행정처분 철회를 통해 집단행동에 나섰던 전공의들에게 완전한 면죄부를 부여한 셈이다.
아울러 복귀한 전공의와 사직 후 오는 9월 하반기 모집전형에 재응시하는 전공의에 대해서는 수련 특례를 적용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수련 공백을 최소화하면서도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가 늦어지지 않도록 각 연차별, 복귀시기별 상황에 맞춰 수련 특례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현행 규정상 수련 도중 사직한 전공의는 1년 이내 동일 연차, 동일 과목으로 복귀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사직한 전공의가 같은 전공, 같은 연차로 복귀하려면 내년 9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마저도 자리가 나지 않으면 2026년 3월까지 밀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원칙을 깨고 하반기 모집에 응시할 수 있도록 했다. 의정갈등 사태 이후 정부가 제시한 최대 유화책이다.
이에 대해 여론을 엇갈렸다. “의료공백 최소화를 위한 과감한 결단”이라고 환영하는 반응과 “집단행동을 정당화 시키는 면죄부”라는 반응이 교차했다.
다만 전공의들의 조속한 복귀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환자들을 위해 하루속히 진료현장에 복귀해 의료를 정상화 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전공의들은 여전히 묵묵부답 속에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의 행정처분 전면 철회 소식에도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서 전공의들의 복귀 가능성은 여전히 오리무중 상황이다.
한 의과대학 산부인과 주임교수는 “정부 발표 이후 전공의들과 대화를 나눴지만 복귀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며 “간곡한 설득도 통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전공의들이 우려하는 ‘배신자’라는 낙인을 방지하고, 마음 편히 병원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길이 열린 만큼 전향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 대학병원 교육수련부장은 “행정처분 철회 결정은 고무적이지만 정작 전공의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눈치 보지 말고 어서 돌아와 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필수의료 분야 전공의들”이라며 “수련을 포기하거나 전공을 바꾸려고 계획 중인 전공의 상당수가 필수의료 분야”라고 우려를 전했다.
한편, 지난 4일 기준 211개 수련병원의 전공의 전체 출근율은 8.0%로 1만3756명 중 1104명만 수련에 참여 중이다. 사직서가 수리된 전공의는 0.58%(61명)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