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업계에 대형 M&A(인수합병) 바람이 크게 불고 있다.
제약·바이오가 대한민국 5대 유망 산업으로 분류되면서 정부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제약사들도 기술이전, 신약 개발 성공 사레 등 긍정적인 신호가 잇따르고 있다.
이처럼 호재성 전망들이 끊이지 않다 보니 유망 바이오 업체를 비롯 대형 제약바이오 업체들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가 가히 예사롭지 않은 모습이다.
대기업 집단 가운데에선 삼성이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 천명한데 이어 CJ, 오리온, MBK파트너스 등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 인수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다만, 대형 투자가 이어진다고 하더라도 개인 투자자들은 더욱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실제 인수합병 이후 주가 하락, 실적 감소 등 승자의저주에 걸릴 가능성이 농후하기 떄문이다.
적자에 주가 급락 CJ바이오사이언스
CJ그룹은 2021년 CJ제일제당을 통해 마이크로바이옴 회사 천랩을 1000억원을 들여 인수해 이듬해인 2022년 초에 현재의 CJ바이오사이언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신약 등 라이프사이언스 분야에 대한 관심으로 투자를 늘렸고, 동시에 유상증자 등을 통해 시장에서도 부족한 자금을 적극적으로 끌어온 상황이다.
유상증자 이후에도 부동산 매각 등 R&D를 위한 투자로 인해 출혈이 적지 않다. 지난해 12월 강남구에 있는 건물과 토지를 매각해 331억원(부가세 별도)을 마련했다.
특히 문제는 CJ제일제당의 큰 투자에도 불구하고 CJ바이오사이언스가 매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2021년 영업손실 101억원, 2022년 -332억원, 2023년 -321억원을 기록했다. 금년 1분기는 -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억원 가량 적자가 늘었다.
주가도 녹록지 않다. 2021년 7월 인수 당시 6만원대까지 올랐던 CJ바이오사이언스의 주가는 바닥까지 떨어졌다. 지난 7일 종가기준 주가는 1만3640원을 기록했다.
‘초코파이’로 잘 알려진 제과회사 오리온은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전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최대주주에 올랐다.
오리온은 금년 1월 무려 ‘5485억원’을 들여 레고켐바이오의 지분 25%를 취득했다. 인수 주체는 중국 7개 법인의 지주사인 팬오리온코퍼레이션이다.
오리온은 항체·약물 접합체(ADC) 시장이 떠오르는 상황에서 핵심 기술을 가지고 있는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가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리가켐 창업주 김용주 대표는 LG생명과학 출신으로 2006년 바이오벤처를 설립했다. 리가켐은 ‘유도미사일’로 불리는 항암제, ADC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금년 1월 얀센과 LCB84(Trop2-ADC) 개발 및 상용화에 대한 기술이전으로 역대 최대 규모 계약도 체결했다. 규모는 단계별 마일스톤 포함 최대 17억 달러(약 2조 2400억 원)다.
문제는 오리온이 잠재력 있는 바이오 업체를 5000억원 이상 들여 인수했지만 인수 직후 시총이 1조가까이 떨어지는 등 시장 반응이 뜨뜨 미지근하다.
오리온은 올해 1월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인수 직전인 1월 12일 11만6800이던 주가는 6월 7일 기준 9만2400원까지 떨어졌다.
리가켐이 기술이전에는 성공했지만 아직까지 수익이 나지 않고 있다보니 오리온의 자금 유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승자의 저주로 위험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이름도 생소한 바이오 회사에도 투자한 것”이라며 “일반 주주 이익과 의사에 반하는 행위로 일반 주주 현금과 현금흐름을 유용하는 것은 잘못된 행위”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대형 M&A 지오영·경남제약…노조갈등 포함 우려
사모펀드(PEF) 운용사 의약품 유통 1위 업체 지오영의 최대주주가 됐다. PEF인 MBK 파트너스는 지난 4월 블랙스톤과 지오영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매각 대상은 블랙스톤이 보유한 지오영 지주사 조선혜지와이홀딩스(지분 71.25%)로, 무려 1조9500억 원 규모다. 국내에서는 올해 가장 큰 규모의 빅딜로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MBK는 이희구 명예회장 지분도 인수해 77%의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이번 계약에 조선혜 회장 지분은 포함되지 않으며 조 회장은 회사에 남아 경영을 이끌 예정이다.
문제는 인수 주체인 사모펀드 운용사에 대한 일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통상 사모펀드 운용사는 삼성 등 기업이 장기적 안목에서 투자에 나서는 것과 달리 눈앞의 수익성 개선에 몰두하는 경향이 크고 투자금 회수를 기본 목적으로 자금을 운용한다.
인수 회사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상대적으로 미미할 뿐만 아니라 기업을 싼 가격에 사서 구조조정 등 수익성 개선을 통해 가치를 높이고 다시 되파는 방식을 취하기 때문이다.
추후 수익성 악화로 구조조정 등 상황이 이어진다면 지오영 내부에서부터 잡음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모펀드 관련 문제는 외국자본이 알짜배기만 빼먹고 경제는 책임지지 않는 자본주의의 민낯”이라며 “단순히 한 산업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경남제약은 진단키트 업체 휴마시스로부터 피인수된다.
휴마시스가 비타민 ‘레모나’ 제품으로 유명한 경남제약 최대주주 블레이드엔터테인먼트를 480억원에 인수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휴마시스는 블레이드엔터 구주 1379만주(34.80%)를 인수하고 회사 최대주주에 오르며, 향후 진단키트 사업에 경남제약을 활용해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시너지를 도모할 계획이다.
경남제약은 그동안 제약바이오 업계 매각설 관련 이슈의 단골소재 중 하나였다. 매년 매각설이 돌았는데, 이는 김병진 경남제약 회장의 M&A(인수합병) 이력 때문이다.
문제는 휴마시스가 경남제약을 인수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남제약 직원들은 최근 고용불안을 호소하는 등 상황이 좋지 못하다.
노조에서는 매각 과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3자 교섭을 요구한 상태다.
전국금속노조 충남지부 경남제약지회 노조는 “경남제약을 인수한 ‘M&A 전문가’ 김 회장은 인수과정에서 270억 원 현금출자로 이득을 취했고 인수 이후 현금을 쥐기 위한 행태만 반복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탄탄한 수익구조를 창출했던 경남제약에서 새로운 제품 개발이나 투자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제천 공장 부지도 매각하고 강남 빌딩(현 본사 건물)을 사들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차례 인수와 매각을 반복한 경남제약 종업원 모두는 지금의 상황을 불안해하고 있다. 새롭게 인수한 휴마시스 역시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