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인공지능(AI) 기업 제이엘케이(대표 김동민)가 허위·과장 홍보로 논란을 사고 있다. 글로벌 통신사에서 자사를 비중있게 다뤘다는 소식을 전하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으나 해당 내용이 허구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대규모 유상증자로 주식 가치가 떨어지자 주가 부양을 위해 의도적으로 '가짜뉴스'를 퍼트린 것이 아니냐는 등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AP통신, 제이엘케이 미국 진출 대서특필"…자작극 논란
제이엘케이는 지난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현지시간으로 15일 AP통신이 자사 미국 진출 내용을 '대서특필(大書特筆)'했다고 밝혔다.
AP통신은 1846년 미국 뉴욕에 설립된 다국적 비영리 통신사로 미국에서 가장 유서가 깊은 언론사다. 프랑스 AFP통신, 영국 로이터통신과 함께 세계 3대 통신사로 불린다.
제이엘케이는 이날 AP통신이 자사를 한국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첫 의료AI 기업으로 소개하며 AI 뇌졸중 진단 솔루션 분야 세계적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평가했다고 전했다.
특히 AP통신이 자사가 미국 시장에서 1조원 이상 기업가치를 지닌 '라피드 에이아이(Rapid AI)', '비즈 에이아이(Viz.ai)' 대비 우수한 기술력으로 경쟁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놨다고 언급했다.
또 두 기업과 뇌졸중 인공지능 시장을 3파전으로 재편할 것이라는 전망도 다뤄졌다.
AP통신 파급력은 컸다. 글로벌 통신사에서 한국 기업을 이 처럼 비중있게 조명한 적이 없던 만큼 국내 언론사들도 앞다퉈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하지만 보도가 나온 지 하루만에 분위기는 달라졌다. AP통신이 제이엘케이 미국 진출 내용을 다룬적이 없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AP통신이 대서특필했다는 기사는 사실 제이엘케이가 자체 생산해 AP통신에 배포한 보도자료인 것으로 확인됐다.
AP통신은 '프레스 릴리즈(Press Release)'라는 페이지를 운영하며 기업들의 보도자료를 유료로 업로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언론사 소속 기자가 취재를 통해 작성한 기사가 아닌 홍보를 원하는 회사가 보도자료를 배포해 싣는 개념이다.
제이엘케이가 AP통신이 자사를 집중 조명했다던 기사도 사실 프레스 릴리즈에 실린 단순 보도자료였던 것이다.
실제 해당 페이지에서 AP통신은 "The AP news staff was not involved in its creation(AP통신 직원은 제작에 관여하지 않았습니다)"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며 업계에서는 '주가 조작'을 위한 의도적인 행동이었다는 격앙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실제 제이엘케이 주가는 보도자료를 배포 후 치솟아 전일 종가(1만1300원) 대비 상한가(1만4690원)를 기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언론사에 자료를 뿌리는 게 대서특필인가, 회사마다 홍보 방침이 있다지만 이렇게까지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해서는 안 될 부끄러운 짓"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제이엘케이를 향한 비판이 거센 이유는 그간 회사가 가짜뉴스에 강경대응 방침을 밝혀왔던 점도 한몫한다.
제이엘케이는 지난 3월 일각에서 제기되는 루머에 대해 "회사는 고의적인 악성 루머나 가짜뉴스 등을 통한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 관용없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회사 측은 "제보를 받아들이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거래소에 불공정거래 신고 민원을 제기할 예정이다. 더불어 사안의 심각성을 검토하고 사법당국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시장 교란 행위에 단호한 입장을 취해왔던 만큼 이번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평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이 회사는 미국 유력 매체에서 자사를 보도했다는 식으로 증명되지 않은 내용을 홍보한 적 있다. 단순 실수로 치부하기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제이엘케이 관계자는 "해외 홍보를 위해 협력 중인 대행사에서 AP통신이 컨택됐다"며 "내용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