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의대 설립을 위한 법안들이 잇달아 발의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의료 문제 해결에 더 큰 걸림돌이 될 것이 자명하다며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대한의사협회는 21일 국회 국방위원회와 교육위원회 등에 의대 신설과 관련한 의사단체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군의무사관학교 설치 법안 및 군인사법 일부 개정안'은 국군의무사관학교를 설립해 장기복무 장교를 양성하고, 15년간 의무복무시키는 내용이 담겼다.
성 의원은 "국군의무사관학교를 통해 유능한 의무장교를 양성함으로써 조기에 인재를 확보하고, 군(軍) 의료체계 확립과 국방력 강화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김교흥 의원은 '국립대학법인 인천대학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인천대에 의과대학을 설치하고 우수한 의료 인력을 양성해 공공의료 확충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고 지역의 취약한 의료체계를 개선하겠다"는 게 김 의원 측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모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근원적인 해결책이 아닐 뿐더러 의료인력 수급은 의정 갈등 해결 이후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의사인력 수급추계 기구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군의무사관학교 설립에 대해 의협은 "의무복무기간 15년은 군의관 양성이나 공중보건장학제도에 비해 너무 길어 중간 탈락자가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기존 위탁교육 양성 과정을 거친 군의관들이 피부과 전공에 몰린다거나 기타 이유로 의무복무기간을 중단한 사례가 존재한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회에 따르면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의대생 및 전공의 1395명 중 1042명(74.7%)가 '일반병 입대'를 원했고, 그중 89.5%는 '복무기간 부담'을 원인으로 꼽았다.
의협은 "국군의무사관학교는 군 양성시설인 만큼 훈련 및 의식주 비용과 봉급까지 계산하면 비용이 상당할 것"이라며 "군 의료체계 및 의무장교 처우 개선이 더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인천대 의대와 관련해서도 지역의료 격차 및 지역의료기관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개선 노력 없이 이뤄지는 의대 설립은 더 큰 부작용을 양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근본적 개선 노력이 없이 무분별한 의대 설립을 통한 의사 인력 확충이라는 근시안적 방법을 통해선 지역 격차 해소보단 더 큰 부작용이 양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단체는 "게다가 인천에는 인하대와 가천의대가 있고 인하대병원·길병원·인천성모병원 등 상급종합병원도 있다"며 의료 소외 지역이 아님을 강조했다.
의협은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종합계획 없이 법률안을 통해 무분별하게 의대 신설이 추진되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의정갈등이 원만히 해결돼 의료정상화가 이루어진 후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과학적·객관적인 근거를 기반으로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의사인력 수급추계 기구를 통해 이해 당사자들의 충분한 소통 및 합의와 더불어 추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