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중앙의료원 모태인 여의도성모병원이 대규모 병상 축소 및 인력 구조조정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성모병원과 통합 운영에 돌입하면서 위상이 낮아진 가운데 의정 갈등으로 인한 재정난을 극복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30일 데일리메디 취재결과 여의도성모병원은 최근 대규모 병상 축소와 인력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여의도성모병원 교직원 수는 1200여명, 병상 수는 520병상이다.
정확한 조정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재 가톨릭중앙의료원은 여의도성모병원 직원을 대상으로 근무지 이동에 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은 산하 서울성모병원, 여의도성모병원, 의정부성모병원, 부천성모병원, 은평성모병원, 인천성모병원, 성빈센트병원, 대전성모병원 등 8개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로 개원 88주년을 맞이한 여의도성모병원은 가톨릭중앙의료원 모태이기도 하다.
그동안 국내 최초 각막이식 성공(1966년), 국내 최초 조혈모세포 이식(1983년), 세계 최초 뇌경색환자 자가골수세포 이식(2004년) 등 굵직한 성과를 이뤘다.
1936년 5월 최초로 가톨릭 의료기관으로 중구에 자리를 잡고 1954년 가톨릭 의과대학이 설립되면서 의대 부속병원으로 인정받았다.
이후 1983년 확장을 위해 여의도로 자리를 옮겼고 3년 후인 1986년 가톨릭암센터가 설립되면서 국내 최초 암 진료 전문센터를 보유, 아시아에서 내로라하는 백혈병센터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여의도성모병원의 위상은 서울성모병원 설립 이후 하향세를 탔다.
2009년 1200병상 규모의 서울성모병원이 설립되면서 암센터를 넘겨줬고, 백혈병센터 등을 비롯해 주요 인력까지 모두 넘기면서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결국 가톨릭중앙의료원은 2015년 여의도성모병원과 서울성모병원 통합한 '원호스피탈 체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서울성모병원장이 여의도성모병원장을 겸직하는 등 기존에 독자 운영되던 여의도성모병원은 사실상 서울성모병원에 종속됐고, 이후 진료영역이 다소 축소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두 병원의 지리적 근접성도 한계로 작용했다.
현재 여의도성모병원에 접근하는 지하철은 9호선 샛강역으로 8역만에 서울성모병원에 도착할 수 있다. 노량진역에서 급행으로 갈아탈 경우 3정거장 거리다.
결국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은 서울성모병원으로 쏠림이 심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분석이다.
병원 "구조조정, 병원 발전 차원서 예전부터 추진해 온 계획"
실제 가톨릭의료원은 오래전부터 여의도성모병원 경영난 타개를 위해 비상경영체제를 돌입하는 등 몇 차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의료원 안팎으로 여의도성모병원 폐원 가능성도 흘러나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의정 갈등으로 정상적인 병상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다시 한번 대규모 구조조정을 결정했다는 해석이다.
다만 병원 측은 구조조정은 병원 발전을 위해 오래 전부터 추진해 온 계획일 뿐 최근 결정한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병원 관계자는 "병상 축소에 따른 인력 조정이 있는 것은 맞지만 이는 병원 성장을 위해 오래 전부터 추진해 온 계획으로 갑자기 결정한 것은 아니다. 특히 최근 발생한 의정 갈등 사태와도 무관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