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이 다시 한 번 주주 간 표 대결을 눈 앞에 두면서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지난 3월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주총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은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및 장녀 임주현 부회장과 의결권 공동행사 등 '3인 연합'을 구성한 데 이어 지난 29일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확대를 위한 임시 주총을 청구했다.
이번 임시 주총에서 신 회장 등 3인 연합은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을 주총 개최 사유로 언급하면서, 현재의 임종윤·임종훈 형제 우위의 이사회 체제에 대한 변경을 암시했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임종윤·임종훈 형제를 포함해 형제 측 인사가 5명, 송영숙 회장 경영 시기에 선임됐던 이사가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업계에서는 이사회 정원을 12명으로 확대하고 자신들이 제안한 이사 3명을 추가 선임함으로써 이사회에서 7대 5의 우위를 가지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같은 상황에서 3인 연합이 새 이사를 1명 더 선임해 현재 이사회 정원인 10명을 채우더라도 5대 5로 이사회 의사결정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기가 어려울 수 있다.
문제는 이사회 정원 확대 과정에서 한미사이언스 정관을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표 대결이 불가피하다. 상법상 정관 변경은 주총 출석 주주 의결권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3인 연합의 특별관계자 지분은 48.19%기 때문에 3분의 2 이상에는 미치지 못한다. 임종윤·종훈 형제 측 특별관계자 지분은 29.07%이며 마찬가지로 주주들 지지가 필요하다.
국민연금이 누구의 손을 드는지, 소액주주들이 얼마나 의결권을 행사할 지, 양측 관계자 중 이탈표가 발생할지 등에 따라 이사회 확대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분쟁이 다시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이와 관련,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주주들과 한미 직원들 선택을 받은 대표이사가 직접 책임을 지면서, 각 계열사 및 부문별로 전문성 있는 리더들과 허물없이 소통하며 뉴 한미 비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며 29일 입장문을 게재했다.
임 대표는 “이것이 진정한 한국형 선진 전문경영인 체제라고 확신한다”며 “최근 다른 대주주들께서 언급한 '한국형 선진 전문경영인체제'는 현재 한미사이언스를 중심으로 가동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해당 입장문은 신 회장과 모녀가 이달 초 의결권 공동 행사 등 ‘3인 연합’을 결성한 뒤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한 반발, 그리고 임시주총을 앞두고 현 체제 유지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청구된 임시 주총은 청구 시점으로부터 두 달여 뒤 개최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