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병원 김영태 병원장이 취임 첫해 경영평가에서 무난한 결과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팎으로 녹록찮은 병원 경영환경을 감안할 때 선전이라는 평가다.
다만 취임 당시 다소 부족한 보직 경험 탓에 경영능력에 대한 우려가 적잖았고, 전공의 집단사직 등 사상초유의 의료대란까지 겹치면서 향후 경영 행보가 더욱 무거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교육부가 최근 공개한 2023년 서울대학교병원 경영실적 평가결과 전년에 이어 종합성적 'A등급'을 받았다.
이번 평가는 △경영전략 및 경영관리 △주요사업 관리와 성과 등 크게 2개 범주와 △코로나19 대응 성과 △공공기관 혁신계획 실행 성과 등 2개의 가점 유형으로 나눠 진행됐다.
서울대병원은 세부 평가지표 중 등급으로 구분되는 17개 비계량 지표에서 4개 부분 A등급을 받았다. 이는 국립대병원 중 두 번째로 높은 성적이다.
다만 절반이 넘는 9개 지표에서는 B등급을 받았고, 최하점인 C등급도 3개나 됐다.
계량 지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공공의료계획 시행결과, 친환경 등 4개 항목을 제외한 나머지 8개 항목에서 중위권 점수를 받았다.
총인건비 인상률은 3점 만점에 1.77점, 균등한 일자리 기회는 2점 만점에 1.18점, 상생‧협력 및 지역발전은 2점 만점에 0.87점에 머물렀다.
교육부는 서울대병원이 부족한 부분을 조목조목 짚었다. 우선 재무관리 방향과 목표, 추진전략 간 연계성이 낮고, 경영전략과 실행계획과의 연계성도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ESG 가치 실현을 통한 비용 절감은 일반적으로 ESG 경영에서 강조하는 경영성과와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영태 병원장의 무리한 허리띠 졸라매기에 대해서도 우려를 제기했다. 과도한 예산 삭감은 장기적으로 성장 동력 확보에 저해 요소로 작용할 우려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직원 보수 및 복리후생 부분도 개선을 주문했다. 성과에 기반한 보수는 의료직에만 한정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만큼 보다 합리적인 보수체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다.
윤리경영과 관련해서는 성 관련 중징계는 2022년 3건, 2023년 2건으로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는 만큼 구성원의 성 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조직문화 체질 개선이 요구된다고 짚었다.
국가중앙병원인 만큼 필수의료에 대한 길라잡이 역할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교수들의 관련 연구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도 우려를 표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필수의료 관련 서울대병원 교수 연구비 집행액은 32억2400만원으로, 전년 35억1000만원 대비 감소했고, 1인 당 연구비도 400만원에서 360만원으로 줄었다.
한편, 앞서 공개된 매출 성적표 역시 우려를 키웠다. 김영태 병원장 취임 이후 서울대병원 매출은 다소 늘었지만 적자폭이 커졌고,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은 한푼도 적립하지 못했다.
지난해 서울대병원은 1조4035억원의 의료수입을 올렸다. 전년대비 623억원이 늘어난 수치다.
다만 수입이 늘어난 만큼 지출도 증가했다. 지난해 서울대병원이 지출한 의료비용은 1조4952억6143만원으로, 의료수입에서 의료비용을 뺀 순이익은 91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병원들의 공식적 비자금인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은 한 푼도 적립하지 못했다. 전년에 840억원을 적립한 것과 비교하면 경영성과에서 확연한 차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