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지금이 의료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임인석 수련환경평가위원회 기관평가위원장(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명예원장)은 최근 데일리메디와 만나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방안에 대해 밝혔다.
중앙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로 37년간 재직한 그는 2023년 2월 정년퇴임 후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으로 옮겨 진료를 이어가고 있다.
대한의학회 부회장 및 의협 대의원회 부의장직을 역임했으며, 지난해 5월에는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위원, 기관평가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됐다. 현재 의협 대표 감사도 맡고 있다.
그는 의정갈등으로 촉발된 전공의 부재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폐쇄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진단했다.
임인석 위원장은 "전공의 이탈이 장기화 되면서 수련병원은 응급의료와 외래, 입원이 급속도로 축소되고 있으며 전공의 한 명 없이 운영 중인 수련병원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저수가와 악성 민원, 잦은 의료분쟁에 대한 부담으로 기피과가 됐는데, 의정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사태가 더 심각해졌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러한 사태가 6개월 정도 지속되면서 병원도 심각한 재정 문제에 시달리고 있고, 조만간 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내년에는 유급생과 신입생 등 의대생 7500명이 한꺼번에 수업을 듣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는데 교원 수와 시설, 재정 조달에 대한 방안은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임인석 위원장은 현재 상황을 "위기이자 기회"라고 평가했다.
그는 "사실 현 사태는 그동안 앓고 있던 문제가 한꺼번에 터진 형국"이라며 "이번 기회로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국민들 관심이 집중된 지금이 적기"라고 피력했다.
"그동안 앓고 있던 의료계 문제가 한꺼번에 터진 형국, 의료전달체계 확립 최적 계기"
"의대 증원은 찬성하지만 2000명 증원은 반대"
"의료 질(質) 확보 위해 전공의 수련환경 대대적 개선 필요"
그는 '의대 증원' 자체는 찬성하지만, '2000명 증원'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의료 질 개선을 위해서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이 중요한데, 구체적인 개선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원만 대폭 늘리는 건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대 정원이 350명 줄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증원하는 건 반대하지 않는다. 단, 2000명을 갑자기 늘리는 건 반대한다.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임 위원장은 전공의 처우와 수련환경이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전공의는 피교육생으로, 미래 의료 자원이므로 보호를 해줘야 한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먼저 전공의 근무시간을 개선해야 한다"며 "최대 연속수련 시간과 주당 근로시간을 줄어야 한다. 결국 전문의 중심 병원이 돼야 하며, 입원전담전문의가 활성화 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근로환경도 개선해야 한다. 법적 분쟁으로부터도 보호해 줘야 한다. 코로나 같은 재난 상황에 근무할 때는 적정 보상도 이뤄져야 한다"고 설파했다.
교육환경 개선 필요성도 제언했다.
그는 "수련기관 간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며 "역량 중심, 성과 중심 프로그램은 이미 만들어놨다. 그걸 적용하고 평가해야 하기 위해서는 지도전문의, 책임전문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임 위원장은 "국가와 사회는 의사들에게 사회적 책무만 강조할 뿐 지원이 없는데, 수련비용에 대한 국가 지원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평위 위원으로서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다짐도 전했다.
그는 "일단 전공의 공백 등 일련의 상황이 생긴 것에 대해 국민들께 한없이 송구하다"며 "사태가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제 위치에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