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대, 21대 국회에서 끝내 실현되지 못했던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경찰(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이 22대 국회 들어서도 야당 주도로 계속 추진되고 있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이어 최근 민주당 박균택 의원(법제사법위원회)는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번 법안 발의에는 박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 9명과 조국혁신당 소속 의원 2명이 함께했다.
이는 보험급여비용 관리·지급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건보공단 임직원에게, 사무장병원·면허대여약국 불법개설 범죄에 한정해 특별사법경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박균택 의원은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 등 불법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고 있다"며 법안 발의 취지를 밝혔다.
그에 따르면 건보공단이 현장조사를 시작한 2009년부터 2023년까지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의 적발 건수는 1717건으로 집계됐다.
해당 불법개설기관들이 지난해까지 챙긴 부당이익 규모는 약 3조3763억원에 달하지만, 환수율은 6.92%인 2335억원에 그쳤다.
박 의원은 "불법개설기관은 정부와 건보공단의 지속적 단속에도 불구하고 수단과 방법이 점차 고도화·지능화되고 있어 근절이 쉽지 않다"며 "일선 수사기관에선 보건의료 전문 수사인력이 부족해 수사 기간이 평균 11개월이나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에 수사가 장기화되는 동안 환자 안전에 대한 위협, 불필요한 요양급여 비용 지급, 재산은닉 등으로 건보 재정 누수가 발생하고 있고 경찰을 통한 불법개설기관 단속은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박 의원은 근래 알려진 사무장병원의 폐해를 언급하며 심각성을 강조했다. 건축·소방·의료 등 환자 안전을 부실하게 관리해 사망자 47명, 부상자 11명을 낳은 밀양 소재 사무장병원이 그 예다.
그는 "이 병원은 매출을 올리기 위해 임신중절수술 내용으로 인터넷에 병원을 홍보하고, 이를 보고 연락한 임산부에게 34주 태아도 낙태해주겠다며 유도해 낙태를 자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비록 의료계는 특사경법에 대해 반대해왔지만,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법무부는 도입 필요성에 이견이 없다는 게 박 의원 주장이다.
박 의원은 "복지부와 법무부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신속한 단속과 수사 진행을 위해 전문성을 보유한 건보공단 임직원에게 특사경권을 부여하는 데 이견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속하게 수사를 종결하게 해 불법개설기관을 근절하고 국민 건강을 보호하면서 건보재정 누수도 차단하겠다"고 덧붙였다. 해당 법안은 이달 2일자로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앞서 윤준병 의원은 같은 취지의 '의료법 일부개정안'과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내놨다.
이 법안 역시 지난달 16일자로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돼 심사를 앞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