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산업에서 신약개발 부문은 과거 성장 모델과 크게 달려져야 한다. 과거처럼 저렴하고 많은 인력이 장시간 일하는 전략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손지웅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장(사장)은 4일 서울 파리나스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바이오 컨퍼런스(GBC)'에서 이 같은 미래 제약·바이오 산업 전략에 대해 밝혔다.
올해로 10년째를 맞는 GBC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주최하고,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가 주관하는 국제행사로 '바이오 대전환-10년을 준비하다'라는 주제로 마련됐다.
손지웅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장 "올해 R&D 규모 역대 최대"
'혁신 생태계 구축: 바이오제약산업과 신약 개발의 초석'을 주제로 발표한 손 사장은 혁신 신약 개발을 위해서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과 꾸준한 연구개발(R&D)을 필수적으로 꼽았다.
손 사장은 "LG, 삼성, SK 등 대기업들이 있어도 이들 혼자 혁신을 만들 수 없다"면서 "작은 기업들과 연구소, 대학 등 다양한 기관들 간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가격 경쟁력으로 의약품 시장서 우위를 확보했다면 이제는 얼마나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승부처"라면서 "LG화학의 올해 R&D 규모는 역대 최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LG화학은 2021년 2000억원, 2022년 2760억원, 2023년 3750억원을 R&D에 투입했다. 올해의 경우 상반기에 전 부분에 쓴 R&D 비용이 5440억원 정도인데, 이중 40%가 바이오에 투자됐다.
가시적인 성과도 냈다.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 소아 저신장증 치료제 ‘유트로핀’, 류머티즘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유셉트’ 등 주요 신약이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덕분에 지난해 생명과학사업 부문에서 처음으로 조(兆) 단위 매출을 달성했다. 게다가 지난 2021년에는 미국 아베오를 인수하면서 항암 파이프라인도 보강했다.
자체 개발한 통풍 치료 신약 ‘티글릭소스타트’도 주력 시장인 미국을 포함해 다국적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2028년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신약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손지웅 사장은 "항암 분야를 더 확대하기 위해 미국 아베로는 인수한 것처럼 오픈 이노베이션을 지속하고,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인재 확보에도 힘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덕수 총리 "바이오, 국가 전략기술로 집중 육성"
한편,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GBC는 국내 산업의 글로벌 진출 지원을 위한 기업 연구개발 성과 및 해외 규제기관 지식과 경험 공유의 장(場)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유경 처장은 "바이오 대전환 시대를 맞아 세계 곳곳에서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식약처는 이를 수용하고 기술과 규제 간격을 줄이기 위해 규제과학혁신법을 마련하고 지속적으로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10년을 돌아보면서 향후 10년간 글로벌 기술혁명 경쟁에서 우리가 앞장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GBC가 글로벌 소통의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부연했다.
한덕수 총리도 "팬데믹 위기를 거치며 국가안보에서 바이오가 중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며 "앞으로 글로벌 바이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투자와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국내 시장규모가 30조원을 돌파하면서 바이오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면서 "정부에서도 바이오를 국가전략기술로 인정하고 반도체 다음으로 육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오상훈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이사장(차바이오텍 대표)도 "국내 바이오의약품 산업은 열악한 상황속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뤄냈다"면서 "연평균 18% 이상 성장해 왔지만 앞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도화되는 바이오의약품산업은 규제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GBC가 식약처와 업계 모두 발전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