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에 이어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 대표 등 전공의들이 경찰에 연달아 출석하며 의료계 전체가 들끓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 속에 제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뒀던 교수들이 정부를 향해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이하 전의교협)는 5일 제21차 성명서를 내고 "정부는 의료대란의 책임을 인정하고 전공의에 대한 탄압과 협박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경찰이 지난 2월부터 전공의 집단 사직 공모 혐의로 의협 전‧현직 간부 5명을 조사 중인 가운데, 혐의 입증을 위한 참고인 조사차 박단 비대위원장이 지난 21일, 박재일 대표가 지난 5일 경찰에 출석했다.
다른 주요 병원 전공의 대표들도 잇달아 참고인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전공의에 대한 처벌 강행하며 의료계 연대 투쟁 나설 것"
이에 전의교협은 "정부는 스스로의 책임을 망각하고 모든 것을 전공의 탓으로 돌리고 이제는 전공의 대표를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면서 "전공의에 대한 탄압과 협박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고 힐난했다.
이어 "지난 6개월간 정부에 의해 자행된 의료와 교육 농단은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자긍심과 희망을 빼앗았고, 전공의가 사직을 결정하게 한 원인"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자발적 사직을 택한 전공의에 대한 처벌을 강행하고 그들이 다시 돌아올 여지마저 없애 버린다면 전의교협은 전(全) 의료계와 연대해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성균관대‧연세대‧울산대‧가톨릭대‧서울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장들도 공동성명서를 내고 사직 전공의에 대한 부당한 탄압을 즉시 중단하라고 목소리 높였다.
비대위원장들은 "정부는 지난 6월 전공의와 병원장들에 내렸던 진료유지명령, 업무개시명령,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 등을 철회했음에도 경찰이 뒤늦게 전공의 대표들을 소환해 10시간 넘게 피의자 다루듯 참고인 조사를 벌이는 것이 합당한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전공의들을 겁주거나 표적 수사, 먼지털이식 수사를 위한 차원에서 벌이는 참고인 조사라면 이는 법치주의를 가장한 정부‧검찰‧경찰 카르텔 세력의 위헌적 대국민 탄압과 다르지 않다"고 규탄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전공의들의 결정은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의 사주에 의한 것이 아니"라며 "그럼에도 정부는 특정 사주자가 있는 것처럼 허황된 주장으로 사태의 주동자를 찾는다며 경찰력을 동원해 이미 사직처리가 완료된 전공의들을 겁박하는 폭거를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의대증원 결정과 필수의료패키지 정책이 얼마나 근거없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그릇된 정책인지가 만천하에 명명백백히 드러났음에도, 정부는 국민들의 질타와 지탄을 회피해보려는 뻔뻔한 책임전가 행태를 멈추지 않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어 "의협은 앞으로도 의료농단 사태에 맞서는 관계자들에 대한 정부의 강압적인 수‧소송에 관해 변호인‧대리인의 선임 및 관련 비용 등을 지원해 최선을 다해 회원의 권익을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