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파탄은 ‘정부 실패’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하고 의대증원 근거 제시 책임도 정부가 제시해야 한다. 수가는 정부가 결정하고 의대증원도 정부가 결정했는데 필수의료 파탄이 왜 시장 실패인가.”
박형욱 단국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대한의학회 부회장)는 대한외과의사회가 8일 개최한 추계학술대회 특별세션 ‘전공의와 의대생 미래를 생각하는 의료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정부 추진 필수의료 살리기 정책이 오히려 필수의료를 죽이고 있다"
이날 추계학술대회 전공의 정책 관련 특별세션에서는 의대 증원 정책을 비롯해 정부가 추진하는 '필수의료 살리기 정책'이 필수의료를 죽이고 있다는 전문가들 비판이 쏟아졌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박형욱 단국의대 교수는 “정부는 2000명 증원의 과학적 근거를 먼저 제시해야 한다”며 “과학적 근거를 제시할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 행보에 대해 “2000명이 결정된 정부 논의 과정이 있었을 것”이라며 “대통령실이 관련 회의록을 공개해야 한다. 발표 직전 1시간 남짓 논의한 보정심 회의는 과학적이었나”고 반문했다.
그는 의료계가 당면한 과제에 있어 정부가 의료파탄에 대한 정부 실패를 인정하고 난 이후에야 대화의 시작이 가능하다고 보고 객관적 데이터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국민건강 종합계획에서 정부는 필수의료 공백이 시장 실패라고 얘기했다”면서 “필수의료 파탄을 시장 실패라고 얘기하는데 이는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 관련 정책을 펼칠 때는 필수의료 수가 및 형사처벌 수준, 불공정 의료생태계 등 객관적인 데이터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문제 원인을 왜곡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VIP 응급실 돌고 갔다는데, 필수의료 해결 가능성 못느껴”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선 의정부성모병원 권역외상센터장 조항주 교수(대한외상학회 이사장)는 “병원에서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불이익을 받는 문화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의료대란이 확대되면서 밤에 콜을 넣는 사람이 미안해해야하고 괴롭히는 형태가 돼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그는 전공의가 수련 과정에서 적절한 교육을 받기 어려운 수련 환경에 대한 우려도 드러냈다.
조 교수는 “3년 동안 수술을 가르치기보다 기본만 가르치기에 당장 외과의사를 가정했을 때, 그들이 필수의료의 아이덴티티를 느끼지 못하는 쪽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는 119구급대가 무작위로 여러 곳에 전화해서 환자를 받겠다는 곳으로 무조건 가는 상황”이라며 “환자가 치료를 어떻게 받는지는 전혀 상관없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VIP(윤석열 대통령)가 응급실을 돌고 갔는데, 수술은 어떻게 되는지 등 시스템을 봐야되는데 ‘한 번 돌고 갔다고 해서 그게 해결이 될까?’하는 생각이 크게 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