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한 의사 명단을 작성한 전공의가 구속된 가운데 스토킹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적용을 두고 의견이 갈린다.의료계에서는 정치적 재판이라는 비판적 시각과 함께 구속은 과하다는 여론이 주류를 이루는 반면 법조계 일각에서는 개인정보 유포 스토킹의 첫 처벌 사례 가능성까지 언급되는 상황이다.
최근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는 의사 명단을 작성 및 게시한 혐의로 사직 전공의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스토킹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은 근무의사 명단 공개와 관련된 의사들 중 최초다. 명예훼손, 모욕, 개인정보보호법 위반만 적용됐을 뿐 스토킹처벌 적용은 최초로 더욱 논란을 키웠다.
앞서 사직 전공의 A씨는 지난 7월 진료를 이어가는 '감사한 분들'을 공유하자며 복귀한 전공의 명단을 작성해 의사 커뮤니티에 신상을 공개했다. 해당 명단에는 의사 이름과 소속 병원·학과 등 신상 정보가 담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안이 알려진 직후 복지부 정윤순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의료 현장에서 성실히 근무하는 의사들을 악의적으로 공개하는 불법행위에 대해 수사기관과 협조해 엄단할 것"이라며 수사를 의뢰했다.
A씨의 이번 구속에 대해 법조계 일각에서도 처벌 가능성을 높게 봤다.
최근 방송에 출연한 김성훈 변호사(법무법인 미션)는 “특정인의 개인 및 위치정보를 정보통신망에 올리는 행위도 스토킹처벌법의 스토킹 행위로 규정돼 처벌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제2조 제1항 바목' 신설 적용여부 핵심
이번 스토킹처벌법 적용과 관련한 쟁점은 지난 2023년 7월 신설된 제2조 제1항 바목의 적용 여부다.
해당 조항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해서 ▲개인정보 ▲개인위치정보 ▲두 가지를 편집·합성 가공한 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거나 배포 또는 게시하는 행위'를 스토킹 행위에 추가하는 것으로 금년 1월 12일 시행됐다.
즉, 타인의 개인정보를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반복·지속적으로 게시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A씨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됐지만, 경찰은 그가 당사자 의사에 반해 개인정보를 온라인에 게재하는 등 지속·반복적인 괴롭힘 행위 가했다고 보고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결국 제2조 제1항 바목 신설 이후 관련 행위를 스토킹 범죄로도 처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관련 사안에 대한 처벌 판례가 없는 만큼 유죄 확정 시 개인정보 유포를 스토킹으로 처벌하는 첫 사례가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B법무법인 관계자는 “해당 사안에 개정된 스토킹처벌법을 적용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며 “사회적인 해악이 크기 때문에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의료계는 전공의 지원 모금은 물론 서울시의사회, 경기도의사회, 전라북도의사회, 경상북도의사회 등이 성명을 발표하며 구속수사를 규탄하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서 스토킹처벌법 위반으로 변경한 것은 의사들 이미지를 악마화하기 위해 구속 수사를 의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구속 수사는 과하다는 판단이다”고 힐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