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의대생들의 집단휴학계를 일괄 승인하자 교육부가 즉각 고강도 감사에 착수했다.
이에 의료계와 교육계는 정부의 강압적 대처를 규탄하며, 다른 대학들도 의대생들 휴학계를 자율적으로 승인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2일 서울대에 12명으로 구성된 감사반을 보내 대규모 감사에 돌입했다. 감사반은 서울의대가 휴학을 승인할 때 학칙 또는 법령 위반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
앞서 서울대는 지난달 30일 의대 학장의 권한으로 의대생들이 금년 초 제출한 1학기 휴학 신청을 승인했다. 이번에 승인된 휴학 인원은 700여명으로, 사실상 서울대 의대생 전원에 가깝다.
그간 동맹휴학을 사유로 한 휴학 신청에 대해 불허 입장을 고수한 교육부는 고등교육법에 따라 학사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대학의 총장에게 시정명령 등 행정조치를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총장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지정된 기간에 시정‧변경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위반 행위를 취소 또는 정지하거나 모집을 정지하고, 정원을 감축하는 조치까지 이뤄질 수 있다.
교육부는 감사반을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결과에 따라 적합한 조치를 내리겠다는 방침이다.
"의대 학장 휴학계 승인은 서울대 의대 교수 전체의 뜻"
이에 의료계와 교육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지 성명서를 내고 "학생들이 지금 복귀한다고 해도 2024학년도 의과대학 교육을 제대로 할 방법이 없는 시기에 이르렀다. 학생들은 집단 유급의 위험에 처했다"고 전했다.
이어 "학생들의 휴학계 승인의 권한은 학장의 고유권한이며, 학장의 이런 조치는 서울의대 교수 전체의 뜻을 대신한 것에 다름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서울의대 비대위가 지난 8월 21일 소속 교수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7.3%가 의대생들의 휴학을 인정해야 한다고 답한 바 있다.
서울의대 비대위는 "교육부는 무슨 권리로 대학의 자율권을 침해하려는 것인가"라고 물으며 "교육부는 마땅히 제대로 된 의학교육을 하고자 하는 교수, 학장의 노력을 지지하고 뒷받침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서울대학교 교수회 "전국 대학 교수회와 공동대응"
서울대 교수회 역시 정부의 의대 감사방침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교수회는 "이미 정상화가 불가능해진 교과 과정을 1년 미뤄서라도 제대로 이수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정치적이라고 폄훼해서도 안 되며 그들에게 비정상적이고 부실한 교육을 강요해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강압적인 방법을 동원해 대학을 길들이고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한다면 전국 대학의 교수회와 공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서울의대의 경우 휴학 승인을 더 이상 늦추면 전원 유급된다"며 "서울의대는 최고의결기구인 주임교수회의에서 휴학 승인을 이미 했고 또 최근 주임교수회의에서도 더 이상 늦추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시급히 승인할 것을 의결해 학장은 승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또 "학생이 제출한 휴학계에 대한 승인을 각 대학의 자율적 판단에 따라 진행할 수 있게 휴학 허용을 다시 한번 간곡하게 요청한다"고 말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이하 전의교협)도 "교육부는 대학 자율성을 침해하는 월권 행위, 교육파괴 난동을 즉각 중단하라"며 "다른 39개 의대의 학장, 총장도 학생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휴학 신청을 승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교육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침묵하는 것은 교육자로서의 양심을 저버린 행위"라며 "폭압에 맞서 이제는 결단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