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혜·구교윤 기자] 유트로핀펜주를 비롯해 시네츄라, 레켐비, 펜터민 및 에토미데이트 등.
이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지난 10일 진행한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장을 뜨겁게 달군 의약품들이다. 화두가 된 이들 의약품을 통해 2024년 국감 이슈를 정리해봤다.
먼저 유트로핀펜주는 국감장에 실제 등장했다.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품을 들고 나와 무분별하게 처방되고 있는 성장호르몬 주사에 대한 식약처의 부실한 관리 문제를 지적했다.
김 의원은 "제가 지금 들고 있는 것은 형광펜이 아닌, 유트로핀펜주라는 성장호르몬 주사"라며 "성장호르몬 주사 처방이 지난 5년간 4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주사는 매일 맞으며, 보통 1년 6개월에서 2년 투여한다. 비급여로 2000만원 넘게 비용이 들지만, 초등학교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열풍이 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장호르몬 주사는 성장 장애에 쓰이는 약물로 저신장의 건강한 아이에 대한 효과는 입증되지 않았다"면서 "게다가 최근 5년 사이 부작용이 5.1배 증가했다는 점에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트로핀펜주와 함께 비만치료제 제니칼과 동일 성분인 '올리갈'도 현장에 등판했다.
전문의약품이지만 해외 직구 사이트를 통해 누구나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출연한 것이다.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 의원실에서 올리갈을 해외 직구해보니 처방전도 개인정보도 필요없었다"며 "심지어 발기부전치료제가 사은품으로 왔는데 식약처에서 제대로 대책을 시행하고 있는 게 맞느냐"고 반문했다.
"공급 부족 및 품질 우려 필수의약품과 중앙약심위 패스한 치매약"
시네츄라 등 필수의약품 수급 불안정 문제도 여러 차례 지적됐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쓰이는 천식 및 호흡기치료제, 항생제, 항히스타민제 등이 거론되며 공급 문제 개선 방안이 요구됐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호흡기 질환에 쓰이는 시네츄라는 유명한 약인데, 2년 연속 공급량보다 청구량이 더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필수약이자 퇴장방지약인 벤토린네뷸은 매년 품절을 공지해야 할 정도"라고 꼬집었다.
이어 "항생제인 보령 메이액트정의 경우 공급 대비 청구량이 증가하고 있으나 재고 수준이 넉넉하지 않다"면서 "식약처는 제약사가 공급 중단을 선언하면 대체약을 찾아 급한 불을 끄는 구조에서 벗어나, 보다 확실한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올해 5월 국내 허가를 받은 치매 신약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는 신약임에도 전문가 자문회의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 검토를 거치지 않은 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럽식약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에서 부작용으로 허가 불승인이 권고된 치매 신약이 국내에서는 중앙약심위 검토 없이 허가가 이뤄졌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혁신적인 치료제더라도 부작용이 0%인 약은 없으며, 이 치료제를 사용하려면 고가의 진단검사가 필요하다"며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 진단검사 생태계가 새롭게 열렸다는 전망도 있다"고 했다.
전 의원은 "신약 허가 과정이 고가 진단검사 특혜를 위한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며 "감사 청구도 고려할 사항으로 왜 전문가 검토가 없었는지 종합감사 전까지 알려달라"고 주문했다.
매년 식약처 국감 단골손님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마지막으로 매년 식약처 국감에 출연하는 단골손님인 펜타닐 등 의료용 마약류는 올해도 오남용 이슈로 소환됐다. 뿐만 아니라 에토미데이트는 의료용 마약류 지정이 필요하다며 여러 차례 거론됐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처방 시 투약내역을 확인하도록 돼 있다. 단, 현행법상 의사가 오남용 우려가 없다고 판단하면 투약 내역 확인 의무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오남용 우려가 없는 경우 투약 의무화에서 제외되는 조항을 삭제하는 마약류 관리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며 "식약처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한다면 법 개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에토미데이트는 의료용마약류로 지정돼 있는 프로포폴과 유사하지만 현재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만 지정됐을 뿐 마약류로 지정돼 있지 않다"고 질타했다.
남 의원은 "의존성이 없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선제적 대응을 위해 마약류 지정 등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자, 이에 대해 오유경 식약처장은 "검토해보겠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