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사태 이후 일선 병원들이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병원들 진료량이 평년 수준을 회복했다는 분석을 내놔 빈축을 사고 있다.
추석 전(前) 응급의료 공백 사태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발표로 의료진을 공분케 했던 정부가 이번에는 외래, 입원, 중환자실 등 진료현장 전반적인 정상화를 주장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17일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상급종합병원 진료량이 평시보다 줄긴 했지만 초창기 감소폭이 최악으로 가지 않고 회복해 가는 추세”라고 밝혔다.
아울러 응급의료 상황 역시 10월 기준 평시 대비 83% 수준으로 운영되면서 안정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브리핑을 통해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진료량은 전공의 이탈 전과 비교해 평시 대비 93%~103%로 회복해 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외래진료는 평시 103%, 입원은 평시 97%, 수술은 평시 대비 93%, 중환자실은 평시 대비 95%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응급의료 현황에 대해서도 “경증환자의 응급실 이용 자제 경향이 유지되고 있다”며 “전공의 빈자리에 타과 전문의들이 보강되고 있고 진료지원 간호사도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호흡기, 심뇌혈관, 감염병 등 겨울철 환자 증가에 대한 비상대책을 별도 준비 중으로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도 같은 날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진료량이 9월 말 기준으로 평시 대비 90% 이상으로 회복됐다고 발표했다.
조규홍 장관은 17일 중대본 회의에서 “전공의 집단행동 전후 진료량과 응급의료, 암환자 진료 등의 추이가 확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입원은 평시와 비교할 때 약 97%, 수술은 약 93% 수준으로 회복중이다.
또 응급의료는 10월 초 기준 평시 대비 경증환자수 약 73%, 중증·응급환자수 약 92% 수준으로, 응급실 도착 후 최초 진료시간이 크게 줄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선 진료현장에서는 이러한 정부 발표에 대해 “현실부정”이라며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의정사태 이후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음에도 오히려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는 정부 발표에 공분을 넘어 허탈하다는 반응이다.
실제 상반기에만 주요 대형병원들의 적자가 5752억원에 달했다. 빅5 병원이 2135억원, 국립대병원에서는 3617억 적자가 발생했다.
복지부가 운영하는 국립암센터와 국립중앙의료원도 상황은 비슷했다.
국립암센터의 경우 전공의 공백 이후 입원환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3%, 수술 건수는 19.5%나 감소했다. 병상가동률은 70%대로 내려 앉았다.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립중앙의료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이곳의 병상 가동률은 40.0%였다.
국립중앙의료원 병상 가동률은 코로나19 유행 이전 평균 70%였으나 현재 40%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올해 의료원의 손실 규모는 4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진료량 회복세를 운운하는 정부 행태에 일선 병원들은 가슴을 쳤다.
한 대학병원장은 “정부가 자꾸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한다”며 “진료량을 늘리고 싶어도 의료진이 없어 애를 태우는 병원들을 두 번 죽이는 행태”라고 힐난했다.
이어 “몇몇 대형병원들은 일정 부분 회복 중일 수는 있지만 그 마저도 기존 의료진이 영혼까지을 갈아 넣으며 버티고 있기 때문”이라며 “자의적 해석으로 의료대란을 덮으려 해서는 안된다”고 일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