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사직 장기화로 고유목적사업준비금 인건비 활용에 대한 관심이 커진 가운데 가장 많은 적립금을 기록한 병원은 세브란스병원으로 나타났다. 그 금액은 5551억원에 이른다.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한지아 의원(국민의힘)이 대학병원 25곳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5곳 중 18곳의 고유목적금은 평균 389억1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유목적금은 비영리법인이 건물과 토지 매입, 시설 투자, 교육 등의 목적으로 적립하는 돈이다. 일종의 적립금임에도 비용으로 인정돼 법인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의정갈등 초기 주요 병원들의 큰 거부감으로 진척이 없었지만, 늘어나는 누적손실 및 건강보험재정 지원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점차 커지는 분위기 탓이다.
특히 정부의 1조4843억원 규모의 건강보험 급여비 선지급과 달리 수 천억에 이르는 고유목적사업준비금 누적 및 미투입은 병원 구성원들의 고통을 외면한 처사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를 다른 곳에 투입할 경우 용도 외 사용으로 법인세에 더해 추가 이자 납부는 물론 기타 사업의 추진연기 및 불가 등 새로운 변수 발생으로 병원계는 사용을 극도로 꺼리는 분위기다.
실제 이를 경영상 목적으로 사용키 위해서는 법인세법 시행령 개정이 필수적이다.
병원계 관계자는 “비영리법인은 미래 투자를 위한 고유목적금 사용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경영 목적 투입 시 추가 세금은 물론 기타 사업 등에 변수가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유목적사업금, 분원 설립 활용여부도 관심
대형병원들이 고유목적금을 계속 쌓아두는 이유는 외형 확대 등 규모의 전쟁에서 앞서가기 위한 목적이다. 실제 주요 병원들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분원 설립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연세의료원은 용인세브란스병원 개원 이후 인천 송도세브란스를 추진 중이며, 서울아산병원은 인천 청라, 서울대병원은 경기 시흥에 분원 설립을 추진 중이다.
외에도 고려대병원, 아주대병원, 인하대병원, 경희대병원 등도 분원을 설립할 예정이다. 대부분이 수도권으로, 그 규모만 6600개 병상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의 수도권 병상 개설에 관한 제동으로 주춤하는 상태이지만 추진 가능성은 여전히 거론되는 분위기다.
별개로 피감 정부기관장들 역시 의정갈등 종료 시기를 예측하지 못하고 있으며 건강보험공단 역시 병원 선지급금 상환 예정 시작일인 1월의 연장 및 유예를 논의하는 분위기다.
국회에서는 한시적으로 병원 경영 상황 정상화까지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지아 의원은 “병원들이 경영 정상화까지 한시적으로 적립한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인건비 등 결손 보전에 사용할 수 있도록 법인세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