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항바이러스제를 저용량으로 장기간 투여하면 대상포진(shingles)으로 인한 안과 질환 발생과 악화 위험을 낮추고 극심한 통증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뉴욕대 그로스만의대·랑곤헬스(Langone Health) 엘리자베스 코언 교수와 펜실베이니아대(UPenn) 베니 하우 젱 교수팀은 20일(현지시간)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안과학회(AAO) 연례학회에서 대상포진 환자에게 저용량 항바이러스제를 1년간 투여하면 통증뿐만 아니라 시력을 손상할 수 있는 염증과 감염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코언 교수는 "항바이러스제를 7~10일 투여하는 현 표준 치료법이 만성 안질환 위험을 줄여주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만성 안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표준 치료법에 1년간 저용량 항바이러스 요법을 추가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대상포진은 어린이에게 수두를 일으키는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가 신경세포에 수십년간 잠복해 있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다시 증식해 발생한다. 주로 50세 이상과 면역력이 약해진 성인에게 발생하며 바이러스가 신경 경로로 퍼지면서 피부에 고통스러운 수포성 발진을 일으킨다.
특히 바이러스가 이마와 눈 쪽 신경에 침입하면 안대상포진(HZO : herpes zoster ophthalmicus)을 일으키는데, 각막에 감염되면 각막염, 눈 안쪽에 감염되면 홍체염을 일으키며 때로는 녹내장을 유발하기도 한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2017년 11월~2023년 1월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의 95개 의료센터에서 대상포진 안질환 환자 527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1년간 매일 항바이러스제 1천㎎을, 대조그룹에는 위약을 투여하는 임상시험(ZEDS)을 했다.
그 결과, 항바이러스제 발라시클로비르(제품명 발트렉스)를 1년간 투여한 환자들은 18개월 후 각막염이나 홍채염 같은 안질환 신규 발생이나 악화 위험이 위약 투여 그룹보다 26%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항바이러스제 그룹은 위약 그룹에 비해 여러 질병이 재발할 위험이 12개월에는 30%, 18개월에는 28%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항바이러스제 그룹은 18개월 후 통증 지속 시간이 위약 그룹보다 더 짧아지고 신경병증성 통증 치료제 필요성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베니 하우 젱 교수는 "이 연구 결과는 항바이러스제 저용량 장기간 치료법이 대상포진으로 인한 안질환과 통증을 줄일 수 있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를 제시한다"고 말했다.
코언 교수는 "대상포진은 새 치료법도 중요하지만 예방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며 "(보건 당국은) 2018년부터 50세 이상 모든 성인에게, 2022년부터는 19세 이상 면역력이 약한 성인에게 대상포진 백신 접종을 권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scitech@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