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대신 병원경영지원회사(MSO)가 진료비를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회계 처리는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이정희)는 서울 강남구 소재 의원을 운영하는 의사 A씨가 강남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종합소득세 등 부과 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의료기관을 운영하며 MSO 2곳과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 MSO는 A씨 대신 환자들로부터 직접 의료비를 받은 뒤 세금계산서 또는 현금영수증을 발행했다.
MSO들은 직접 받은 의료비 중 병원관리 및 결제대행 업무에 대한 수수료를 공제한 나머지를 A씨에게 지급했고, A씨는 받은 금액을 기준으로 매출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
세무 당국은 지난 2019년 12월 A씨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 해당 MSO들을 신용카드 위장가맹점으로 보고 A씨에게 2016~2018년분 부가가치세와 종합소득세 총 7억2000여만원을 고지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이의신청을 거쳐 지난 2020년 10월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고, 그 결과 세액은 5억여원으로 줄었으나 A씨는 해당 세금도 낼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재판과정에서 정부가 MSO 제도 도입을 권고해 적법하게 계약하고 그에 부합한 세무 처리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의 세금계산서는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에 해당한다"며 세무 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의료법에 따라 의료인이 아닌 자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므로 의료용역에 대한 대금은 MSO가 직접 받아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환자들로부터 의료비를 받아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후 자신의 매출로 세무처리하고, MSO는 A씨로부터 용역대금을 지급받은 후 이에 대한 세금계산서를 발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