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절반이 정부가 확정한 내년도 의대 증원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의정갈등·의료대란을 의식해 ‘증원을 철회해야 한다’고 보는 국민 역시 적잖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명 중 6명은 증원 자체에는 찬성했고, 만약 증원한다면 500명~1000명 규모가 적정하다고 보는 이들이 많았다.
대한뇌전증센터학회(회장 홍승봉)는 리얼미터에 의뢰해 이달 18일부터 21일까지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의대 증원 여론조사를 시행한 결과를 29일 공개했다.
정부가 2025학년도 정원을 1509명 늘려 4567명으로 확정한 데 대해 응답자의 48.35%는 ‘따라야 한다’고 답했고, 39.4%는 ‘증원을 철회해야 한다’고 했다. ‘잘 모르겠다’는 답은 12.4% 였다.
내년 증원을 따라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 특성을 살펴보면 강원,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거주 응답자가 각각 52.6%, 53.1%, 57.7% 긍정하며 특히 높은 비율을 보였다.
또 의사 가족이 있는 경우에서 63.7%가 긍정했고, 진찰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낄수록 이에 긍정했다(63.2%).
의대 증원 철회를 반대하는 이유는 ▲지역간 의료 불균형 해소 36.9% ▲의사 수 부족 해결 24.4% ▲직능 이기주의 타파 20.3% ▲필수과 전문의 부족 해결 14.7% ▲의대 입시 기회 증대 2.5% 순이었다.
증원을 철회해야 한다는 의견은 응답자가 사는 권역별로는 경기·인천(42.9%), 광주·전남·전북(43%) 등에서 높았다. 진찰시간이 충분하다고 느끼는 경우에서 61.2%가 이에 긍정하기도 했다.
증원 '찬성' 58.4%···‘500명~1000명’ 수준이 적합
당장 2025학년도 증원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의대 증원 자체에 찬성하는 의견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긍정 응답이 58.4%로, 부정 응답 33.1% 보다 압도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증원에 찬성한 응답자들에게만 적정한 의대 증원 규모를 물었더니 ‘500명 이상~1000명 미만’을 고른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26.9%).
이어 ▲500명 미만(20.6%) ▲2000명 이상(19.2%) ▲1000명 이상 1500명 미만(18%) ▲1500명 이상 2000명 미만(15.3%) 순이었다.
의사 수가 적정한 것 같냐는 질문에는 무려 62.9%가 ‘부족하다’고 했다. 이 중 ‘매우 부족하다’고 본 응답자는 37%나 됐다. ‘충분하다’는 응답은 16.7%에 그쳤다.
지난 2월 집단사직 후 현재까지 극소수의 전공의만 복귀한 가운데, 전공의 병원 복귀를 묻는 질문에는 69.5%가 찬성, 25.1%가 반대했다.
홍승봉 대한뇌전증센터학회 회장은 “국민들은 지난 8개월 동안 의사단체, 전공의, 정부 주장을 반복해서 들었기에 가장 중립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정부, 전공의, 의대생, 의사단체 및 정치인들이 국민의 뜻을 따르고 서로 양보해 의료대란으로 가장 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중증환자들을 구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활용해 자동응답(ARS) 방법으로 시행했으며,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2.2% 포인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