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실손보험 지급을 둘러싼 의료기관과 보험회사가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감독원이 중재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도외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실손보험금 지급 관련 분쟁의 핵심 쟁점인 입원치료 필요성과 관련해서는 ‘통원치료’로 일괄 간주하는 게 부당하지 않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감사원은 29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금융감독원의 백내장 실손보험금 지급 분쟁 조정 업무 처리 관련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번 감사는 금감원이 환자 등으로부터 실손보험금 지급 거절에 대한 분쟁조정 신청을 받고도 이를 무시하는 등 업무 처리가 부당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공익감사 청구에 따라 이뤄졌다.
감사결과 실제 금감원은 백내장 관련 분쟁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과 금융분쟁조정위원회 회부 절차 없이 내부 종결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백내장 관련 분쟁 건수가 급증하기 시작한 2021년부터는 의학적 판단이 필요해 추가적인 분쟁조정 절차가 필요한 분쟁까지 전문가 자문 조차 없이 종결하는 방침을 수립했다.
특히 입원치료 필요성을 지적한 대법원 판결 이후에는 아예 당사자가 제출한 자료만으로 입원치료 필요성이 불명확해 추가적으로 조정 절차가 필요한 분쟁까지 내부 종결처리 했다.
그 결과 금감원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백내장 관련 분쟁 4400건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이나 자문 없이 내부 종결함으로써 소비자 보호 공신력 저하를 초래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백내장은 포괄수가제가 적용되는 질병군으로, 한번 수술에 700만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하지만 실손보험 가입자는 수술비를 보험회사에 청구했다.
하지만 백내장 수술 건수가 전체 실손보험금 지급 청구 건수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급증하면서 보험회사들이 지급심사를 강화했고, 이로 인한 분쟁도 늘었다.
분쟁의 주요 쟁점은 진단 적정성과 수술 필요성을 둘러싼 의료기관과 보험회사 간 대립이었다.
보험회사는 의료기관이 노안 교정 목적 수술을 백내장 치료를 위한 수술처럼 포장하고, 중증도와 무관하게 과잉수술을 했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특히 ‘백내장 수술의 경우 입원치료 필요성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 이후 보험사는 20~30만원의 통원치료비만 지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감사원 감사를 통해 실손보험 분쟁 조정기관인 금융감독원이 제 역할에 충실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소비자와 보험회사 간 분쟁이 발생할 경우 금융감독원이 조정신청을 받아 원만한 합의를 유도하는 금융분쟁조정제도가 시행 중이지만 금감원은 이를 활용하지 않았다.
또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때를 대비해 설치된 금융분쟁조정위원회에 회부조차 안했다.
감사원은 “전문가 자문 등을 활용한 사실관계 확인 및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회부대상 선별기준 마련 등 실손보험 관련 분쟁조정 실효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한편, 백내장 실손보험 분쟁의 핵심 쟁점인 일괄 ‘통원치료’ 간주 조치와 관련해서는 금감원 조치가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불문’ 처리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금감원은 대법원 판결 이후 백내장 관련 입‧통원 처리방안을 마련했고, 이를 기반으로 입원치료 필요성을 판단했다.
포괄수가제 적용대상이라는 이유만으로 바로 입원치료 필요성을 인정해서는 안되고, 실질요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게 금감원의 지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