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형제 측이 지배하는 지주사와 모녀 측이 지배하는 사업회사 간 불협화음이 주요 업무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이 지배하고 있는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개입으로 송영숙·임주현 모녀 측이 지배하는 사업회사 한미약품 일부 업무가 정상 작동되지 않으면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 모회사인 한미사이언스가 그룹 전산망을 통해 계열사를 비롯 주요 사업회사인 한미약품 결재 시스템을 통제하면서 인사·회계·홍보 등 업무가 지연되고 있다.
사업회사 한미약품은 인사, 총무, 관재 등의 조직이 없고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에 위탁해 업무를 맡겨왔는데, 한미약품 대표의 사업 결재 과정에서 집행을 제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미약품은 지주사에 경영 지원 관련 위탁에 따른 수수료를 납부하는데,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물론 한미약품이 결재하지 않았던 사안이 승인되는 등 업무에 차질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약품그룹측 관계자에 따르면 우선 한미사이언스 사내 전산망에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의 결재 지위가 중간결재자로 동의없이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올해 상반기 한미약품 부사장으로 발령받은 A씨는 박재현 대표이사가 승인하지 않았는데도 입사가 확정됐다. A씨 급여와 차량 등 비용도 한미약품 예산으로 처리되고 있다.
특히 박 대표는 한미약품 인사가 본인 권한이며 해당 A씨가 직원들 사이에서 위화감을 조성하기에 이를 시정해달라는 의견을 지주사에 전달했지만 수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한미약품 내에서 아무런 보직과 직책 없이 부사장이라는 직위만 보유하고 있고, 올 3월 형제와 모녀 간 표 대결 주주총회에서 형제 편에 섰던 사촌 중 한 명이다.
때문에 박 대표는 인사팀, 법무팀을 별도로 만들어 사업을 정상화 하려고 했는데,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가 박 대표를 돌연 전무로 강등시킨 것이다.
불협화음은 이 뿐만 아니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현재 홍보, 광고 예산 집행 등도 차질을 빚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한미약품 홍보 예산 일부를 한미사이언스 측에서 결재하지 않으면서 기존 계약이 돼 있던 업체 홍보 예산 집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은 업무를 위탁받은 한미사이언스가 정상적인 집행을 막고 있다는 입장으로, 지주사가 업무를 처리해주지 않는 것에 대해 계약 위반 및 업무 방해 등 위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미사이언스 측은 A씨 인사에 대해 “박 대표와 상의하고 합의 하에 이뤄졌으며 한미약품에서 뒤늦게 문제 삼고 있다”면서 “홍보 예산 집행 사안도 한미약품이 독자적으로 진행하려고 해 제지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한미약품 임시 주총은 서울 송파구 서울 교통회관에서 오는 12월 19일 열린다. 안건은 △사내이사 박재현 해임 건 △기타비상무이사 신동국 해임 건 △사내이사 박준석 선임 건 △사내이사 장영길 선임의 건이다.
이 외에 3인연합(신동국·송영숙·임주현)이 신청한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총은 오는 11월 28일 개최된다. 안건으로 △기타비상무이사 신동국, 사내이사 임주현 선임 △이사회 정원 10명→11명 확대△ 자본준비금 감액 등이 상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