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재조정 불가 방침을 고수하는 가운데, 종교계에 이어 소비자단체까지 정원 재논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더 나은 의료시스템을 함께 만들어가는 의료소비자-공급자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31일 성명서를 내고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이하 종지협)가 제안한 의대 정원 조정과 의료개혁 방향에 깊이 공감하며 환영한다"고 밝혔다.
공동행동은 소비자단체인 소비자시민모임,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한국YWCA연합회와 더불어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 박평재 고대의료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 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장 등 의사 100여 명이 결성한 조직이다.
이들은 성명에서 "종지협의 중재안은 의료공백 사태를 해결하고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려는 목적에서 의료계와 정부가 즉각적인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중요하고 시의적절한 의견"이라고 말했다.
앞서 기독교, 불교, 천주교, 원불교, 유고, 천도교, 민족종교 등 7개 종교단체 대표들이 속한 종지협은 지난 28일 입장문을 내고 의대 정원 문제에 대해 "2026학년도부터 원점 논의하는 것을 전제로, 이미 결정된 2025학년도 의대 입시 정원은 각 대표 단체가 참여하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추계 기구를 구성해 학사 일정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충분히 논의해 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전문의 인력 지원, 의료민영화에 대한 국민적 우려 불식, 건강 보험 건실화에 대해서도 적극 실행해 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공동행동은 "특히 의료민영화에 대한 우려 불식과 건강보험 건실화는 우리가 지향하는 바람직한 의료개혁 목표와 일치한다"며 "건강보험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의료개혁 필요성을 종교계 지도자께서 재천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종지협이 2025년 의대 정원 재논의를 요구한 것에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대한의학회, 원로교수 49인 등 학계 원로들이 지속 제기한 의학교육 질(質) 저하 및 혼란에 대한 우려를 살핀 것"이라며 "이런 통찰은 2024, 2025학번 학생들 피해를 예방하려는 종교계 지도자들의 선제적 요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공동행동은 더불어 윤석열 대통령에게 "의료개혁특별위원회 활동을 잠시 멈춰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의료서비스 현장 공급자와 소비자의 충분한 참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된 논의는 국민이 원하는 의료시스템을 이뤄내지 못할 위험이 크며 오히려 현장 혼란을 가중시키고 불필요한 재정 낭비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부, 의료계, 소비자를 포함 모든 관계자가 협력해 환자와 의료소비자 중심으로 의료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공동행동은 이 원칙에 입각해 공동체 건강을 증진하고, 의료시스템을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모든 노력을 지지하고 적극 동참해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종교계와 소비자단체까지 2025년 정원 재논의를 압박하고 있지만, 교육부는 지난 30일 2025년 정원 재조정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부가 의대생들 휴학 승인을 대학 자율에 맡기며 한발 물러섰음에도 의대생과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계 반응이 여전히 냉랭한 이유다.
지역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인 A 교수는 "2025년 정원 재논의가 없는 한 의대생과 전공의들 복귀를 바라기는 힘들다"며 "대학수학능력시험이 2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 결단이 없으면 이 사태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