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촉발된 의정갈등으로 올 한해 의과대학 교육은 사실상 멈춰섰다. 이런 상황에서도 국회는 국정감사에서 조차 교육부에 책임과 대책을 묻는 대신 김건희 여사,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정쟁 에 몰두했다. 이번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 또는 참고인으로 출석한 의료인도 단 2명에 불과하다. 그중 한 명인 채희복 충북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이번 국정감사에 대한 소회를 들었다.[편집자주]
"현 사태를 풀 수 있는 열쇠는 보건복지부가 갖고 있지 않다. 전공의 이탈, 병원 적자 등 상황은 모두 의대 증원으로 생긴 2차적 문제다. 애초 이번 국정감사에 대한 기대감도 없었다."
수 많은 집회와 성명 발표에 이어 삭발과 단식까지, 의정갈등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채희복 충북대 의대 교수 비대위원장은 국정감사 분위기를 앞서 읽고 있었다.
그는 "현 사태 흐름을 보면 대통령실 다음에 보건복지부 장관이 문제를 터트렸다. 복지부가 시작하고 교육부가 따라와야 한다는 식인데, 이는 용산에서 힘을 받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대학은 뜬구름 잡는 시설 계획만 언급…미이행 시 의대는 '불인증' 위기"
이런 상황에서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들은 교육부보다 국립대 총장에게 화살을 돌렸다.
채 위원장도 교육부가 아닌 충북대를 피감기관으로 한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정원이 늘어난 32개 의대 중에서도 증원 폭이 가장 충북의대의 향후 대책을 묻는 자리였다.
당시 고창섭 충북대 총장은 "시설이 확충되면 교육은 충분히 가능하다"며 의대 4~6호관 신축 등 계획을 밝혔다.
특히 실습 시설이 들어설 의대 4호관은 내년부터 짓기 시작해 이르면 2028년부터 활용될 계획이다.
그러나 채 위원장은 "새 건물 부지가 처음에는 공대 주차장에서 학군단 뒤쪽 주차장에 짓겠다고 했다가, 최근에는 임상연구동 뒤에 비탈진 산을 깎아 신축한다고 바뀌었다"고 힐난했다.
이어 "본부 측은 내년 신입생 받을 준비가 돼 있는 것처럼 하지만 가만히 속내는 들여다보면 설계 말고는 아무것도 된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신축이 계획대로 이뤄진다고 해도 그때까지 예과 1‧2학년생들이 사용할 대형 강의실과 내년 신입생들이 본과 1학년이 됐을 때 사용할 실습 시설이 필요하다.
이를 두고 고 총장은 예과 1‧2학년의 대형 강의실은 다른 단과대의 것으로 해결하고, 실습 시설은 주차장 부지에 모듈러 임시교사를 설치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이에 채 위원장은 "어느 강의실을 빌릴지, 어디에 모듈러를 설치할지, 결국 모든 게 다 정해지지 않았고 임시체제로 운영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달 말까지 한국의학교육평가원에 주요변화계획서를 내야 한다. 지금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계획서를 낸다면 뜬구름 잡는 얘기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만약 정부나 대학이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등 계획서 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인증이 유예되거나 불인증 될 수 있다"며 "그러며너 증원이 오히려 독이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70명 정도 증원해줬다면 정말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였을 테지만 200명이라는 숫자는 우리가 원하지도 않았고 감당하기 어려운 숫자"라고 토로했다.
"의대 증원 위해 모든 걸 희생시키는 기괴한 정부"
충북대학교는 의대생들 복귀 마지노선을 11월 8일로 보고, 미복귀 시 11일 휴학계를 승인할 계획이다. 하지만 내년 복귀는 미지수다. 의대생들이 요구한 2025년 정원 재검토 가능성이 요원하기 때문이다.
그는 "수능이 열흘 남짓 남은 시점에서 이제 강력하게 2025년 정원을 동결하라고 하면 현재 수험생들과 싸우는 꼴이 됐다. 정부도 이것을 노리고 계속 버티는 게 아닐까 싶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부는 현재 의대생들을 다 희생시켜서라도, 의대가 다 망가지더라도 기어코 내년 증원을 이뤄내야 말겠다는 식이다. 자신들의 계획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희생도 다 감수하겠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특히 "교수들은 정부가 이렇게까지 할 줄 몰랐다. 기존 시스템을 다 붕괴시키면서 정책 하나만 이루면 된다는 기괴한 정권이다. 지금의 정부는 이전 정권과 정말 많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