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上] '제2 건강보험'이라고 불리는 실손보험을 둘러싼 갈등이 끊이질 않고 있다. 최근에는 보험사들의 보험금 미지급 사례가 늘면서 환자와 의료기관들 불만이 비등해지고 있다. 특히 보험회사들이 임의로 '입원 적정성'을 판단하는 행태가 늘어나면서 일선 의료기관에서는 반감이 상당하다. 입원 적정성은 환자 상태와 증상, 치료방식 등 의학적 판단에 따라 결정해야 하지만 보험회사 자의적 해석을 통해 부당한 삭감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데일리메디는 2024년 특별기획으로 서울시병원회와 정책 좌담회를 개최, 입원 적정성 논란을 짚고 실손보험 문제 해결을 위한 합리적 대안을 모색했다. [편집자주]
이번 좌담회는 서울특별시병원회 고도일 회장이 좌장을 맡았으며 ▲중앙대학교병원 권정택 원장 ▲대한의사협회 이태연 부회장 ▲대한병원협회 서인석 보험이사 ▲입원료심사조정위원회 이재학 위원(서울시병원회 총무위원장) ▲법무법인 반우 정혜승 대표변호사 ▲보건복지부 강준 의료개혁총괄과장이 패널로 참석해서 현 상황을 진단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 등을 논의했다.
Q. 실손보험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어디서부터 시작했다고 보나.
이태연 대한의사협회 부회장
실손보험은 환자들이 건강보험 외에 개인 필요에 따라 가입하는 사보험이다. '제2 건강보험'이라고 말하지만 환자 스스로 더 좋은 치료를 받고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입하는 보험이다. 보험사들도 실손보험을 처음 출시하면서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여러 유인책을 만들었는데 1세대 때는 자기부담금이 없는 상품도 많았다. 하지만 문제가 여기서 시작했다. 보험사도 결국 사적인 이득을 취하는 개인 회사이기에 점차 손해 얘기를 시작했고 환자에게 나가는 보험금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마련하게 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외래(통원) 진료와 입원 진료를 나눠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권정택 중앙대학교병원 원장
실손보험이 왜 필요한가를 먼저 생각해 봐야 한다. 환자들이 실손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비용을 더 내고 더 좋은 치료를 받기 위함인데 많은 환자들이 보험료는 많이 내는데 병원을 가도 혜택이 없다고 얘기한다. 이러한 문제는 보험사들이 기본적으로 거두는 돈은 적지만 많은 혜택을 제공하려다 보니 생기는 것이다. 결국 사정이 어려워지고 문제가 커지다 보니 보험금을 일단 안 주게 되고 소송까지 가는 배짱 영업을 하게 되는 것이다.
Q. 실손보험 논란 중 하나가 '입원 적정성'이다. 이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What is
입원 적정성은 환자 상태가 입원 치료를 필요로 하는지 판단하는 기준을 말한다. 기본적으로 환자를 진료한 의사가 치료 과정에서 나타나는 환자 증상, 진단 및 치료 내용과 경위 등을 바탕으로 결정한다. 환자들은 자신이 가입한 실손보험사에 입원 진료비를 청구할 수 있으나 최근 보험사들이 입원 적정성을 임의로 판단하면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태연 대한의사협회 부회장
진료 자체에 대한 적정성을 논해야 하는데 '입원을 했냐, 안했냐'로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잘못됐다. 실손보험은 의사가 진료를 하면 그에 따른 환자 본인 부담금을 지급하는 게 원칙인데 왜 입원 여부로 보험금 지급을 결정하는지 의문이다. 보험사들은 의료기관, 환자 도덕적 해이로 몰아가면서 보험금 지급을 최대한 줄이려 하고 있다. 중요한 건 입원 적정성이 아니라 진료 적정성이다. 입원이 아니라 진료가 필요했는지 아닌지에 대한 기준을 먼저 세워야 한다.
서인석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
입원 적정성으로 환자들이 실손보험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약관의 문제다. 보험사들도 상품 개발을 할 당시 노하우가 없었다. 쉽게 외래는 경증이니까 20~30만원, 입원은 중증일 테니 많이줘야 한다는 식으로 상품을 개발해 문제가 생겼다. 입원이 필요하느냐 않느냐는 사실 의료계에서도 어느 정도 소명할 필요가 있는 문제다. 보험사에서도 다시는 문제를 삼지 않도록 풀어야 할 숙제라고 본다.
Q. 최근 골수 줄기세포 주사치료도 입원이 필요 없는 통원치료로 보고 보험금 지급을 안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태연 대한의사협회 부회장
골수라는 것은 장골능(엉덩이뼈)에서 채취가 필요한데 골막을 뚫기에 출혈이 생길 수 있다. 특히 마취가 깨면서 부위 통증이 생길 수 있지만 이런 모든 과정을 간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여러 부수적인 환자 상태를 지켜봐야 하는 데 쉽게 골수를 추출해서 무릎에 주사를 놓는 치료라고 생각한다. 보험사에서는 입원과 통원(외래)에 대한 구분을 없애야 한다. 보험사에서는 입원과 통원을 구분 없이 두면 보험금 지급이 무한정으로 늘어날 것이라 우려하는데 근본적으로 입원을 했냐 안했냐가 아닌 진료가 필요했냐 안했냐를 봐야 한다.
이재학 입원료심사조정위원회 위원
보험회사에서 임의적으로 입원 적정성을 결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입원 적정성에 대한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여러 단체가 모인 조직을 출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보험사에서도 입원과 통원 치료를 분리하고 있는 약관을 통합해 개정할 필요가 있다.
Q. 입원 적정성에 대한 기준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입원료심사조정위원회(입심조)에서 세운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설명을 해준다면.
What is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입원료 심사 일관성과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의료계 참여를 기반으로 2021년 7월 '입원료심사조정위원회'를 구성했다. 입심조는 의료계가 참여한 합의심사조정위원회를 꾸리고, 지역분과위원회를 거쳐 상정된 입원료 문제 사례 안건에 대해 의료계와 합의를 토대로 심사한다. 분석심사에서 경향을 벗어나는 의료기관이 감지됐을 때 문제 기관의 사례를 유형화해 동일하거나 유사한 심사에 적용할 수 있도록 지침으로 묶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재학 입원료심사조정위원회 위원
입조위는 심평원, 병협, 의협, 한의협 대표가 모여서 피어 리뷰(동료 의학자들에 의한 객관적 검증)로 공개심의 사례를 만드는 위원회다. 입원료 일반원칙에 따르면 입원은 질환 특성 및 환자상태를 고려해 임상적 의학적으로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실시하고, 단순 피로 회복이나 통원 불편 등을 이유로 입원을 지시해서는 안된다고 돼 있다. 입원료는 환자 질환 및 상태에 대해 적절한 치료 및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경우에 인정된다. 입심조에서는 이러한 원칙을 대전제로 설정하고 있다.
1년 반 정도 입심조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아웃라이어'(평균치에서 크게 벗어난 표본) 의료기관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체감했다. 물론 극소수이긴 하지만 '이렇게 진료를 해도 될까'라는 생각이 들만큼 심각한 곳도 있었다. 이런 기관에 대해서는 의료계 내부적으로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본다.
이태연 대한의사협회 부회장
입원 적정성 여부는 동일한 병이더라도 연령, 기왕력 등 환자 상태에 따라 필요성이 달라지기에 일률적으로 기준을 판단할 수 없다. 일률적인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기에 만약 어느 기준이 마련된다면 오히려 심사 타당성과 공신력 저하를 일으킬 수 있어 이를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