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2]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증원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으면서 전공의들 복귀가 요원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전공의들을 복귀시켜야 하는 정부로서는 조만간 시작될 내년도 상반기 전공의 모집에 앞서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상반기 지원의 길이 막힌 사직 전공의들에게 '특례'를 주는 것이다.
내년도 상반기 지원 제한…정부 스스로 풀어낼까
올해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앞둔 지난 7월 정부는 사직 전공의에 대한 수련특례를 발표했다.
전공의가 사직 시 1년 간 다른 병원에 지원할 수 없다는 기존 규정을 깨고, 지난 2월 사직한 전공의들의 하반기 지원을 허용하겠다는 게 골자였다.
이 특례로 사직 전공의들이 모두 지원 대상자가 되면서 2024년도 하반기 전공의 모집 규모는 7645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비록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발하며 실제 지원자는 모집인원의 1.6%인 125명에 불과했지만, 이 특례로 인해 전공의 복귀의 길은 열려 있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사직 전공의들이 2025년도 상반기 모집 때 복귀할 수 있는 길은 막혀 있다.
정부가 지난 7월 수련특례를 발표하면서 하반기 모집에 미지원할 경우 내년 3월에 복귀할 수 없다는 조건을 달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 사직한 전공의 1만1732명은 조만간 시작될 2025년도 상반기 전공의 모집에 지원할 수 있는 길이 닫혀 있다.
쏟아지는 수련특례…醫 "전문의 자격 남발"
이런 상황에도 의료계 안팎에서는 정부가 다음 전공의 모집에서도 수련특례를 적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도권 소재 수련병원의 A교수는 "정부가 다음 모집 때도 또 특레를 줄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과 같이 수련특례를 퍼주는 상황에서 크게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는 지난 7월을 시작으로 전공의 복귀를 위한 특례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특히 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시행규칙'에 특례 조항을 신설했다.
'의료인력의 수급 조절이 긴급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전공의의 임용, 수련과정 이수예정자의 명부 제출 및 전문의 자격시험 공고에 관한 기준을 별도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의료인력 수급 조절이 긴급히 필요한 때' ▲보건의료과 관련해 심각 단계의 위기경보가 발령된 경우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우려가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로 규정했다.
사실상 정부의 판단에 따라 수련 기간 등의 수련조건을 조정할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만든 셈이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지난 하반기 모집을 통해 복귀한 전공의들에 대해 지난 2월 공백 전체와 3~8월 6개월간의 공백 중 3개월의 추가 수련을 면제해주기로 했다.
또 기존 규정상 불가능했던 하반기 전공의의 내년 초 전문의 자격시험도 치를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스스로 자초한 의료공백 사태에 이어 이제는 온갖 변칙과 특례들로 미래의료를 누더기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이어 "아무리 특수한 상황일지라도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전공의들에게 전문의 자격을 마구 나눠주고 환자 생명을 맡으라고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사직 전공의가 내년 3월 복귀할 경우 1년의 수련과정이 고스란히 비기 때문에 수련기간 단축 특례까지 나오기는 어렵지만, 지금까지 정부 행태에 비춰봤을 때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수도권 소재 수련병원 B교수는 "의대 교육과정도 5년제 단축 얘기가 나오는 판국에 전문의 배출 서둘러야 한다며 전공의 수련과정까지 축소할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정상적인 전문의 배출 과정에 손대지 말고, 이 사태에 대한 분명한 책임부터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