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 사태를 계기로 필수의료 인력난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한 가운데 부족한 인력난 해소 대책으로 부상하고 있는 ‘어텐딩 닥터(Attending Doctor)’가 관심을 모은다.
소속기관 외에서의 의료행위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현 제도를 혁파하는 과감한 시도로, 정부 역시 긍정적인 분위기다.
대한병원협회가 정부의 의료개혁에 대응하기 위해 발족한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최근 회의를 열고 필수의료 인력난 해소 대책을 논의했다.
위원회에서는 정부가 추진 중인 ‘공유형 진료 활성화 방안’과 관련해 ‘어텐딩 닥터(Attending Doctor)’와 촉탁의 등을 통해 필수의료 공백을 해소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현행 의료법이 소속기관 외의 의료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만큼 시범사업 형태로 제안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제시됐다.
특히 인력난이 심각한 마취과, 응급의학과 등부터 시행한 후 점진적으로 다른 필수의료 진료과목으로 확대해 나가도록 정부에 건의키로 했다.
병원계가 제안한 ‘어텐딩 닥터’는 해당 병원 소속 의사가 아니더라도 수술방을 이용하거나 외래를 볼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미국에서 의료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의료인력 부족 해결 방안으로 시행했던 개방형 병원, 일명 어텐딩 시스템(Attending System)과 유사한 개념이다.
다만 그동안 어텐딩 시스템이 병상이나 수술실, 고가장비 등의 불필요한 중복 투자 제한 및 의료전달체계 확립 중심으로 논의됐지만 어텐딩 닥터는 철저히 인력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필수의료를 의사 개인에 맡기는 구조가 아닌 공유 시스템 도입 등 제도적 차원에서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지역마다 개두술 등 필수의료에 해당하는 고난도 수술을 시행하는 인력 풀(pool)을 갖추고, 병원마다 상황이 발생할 경우 공유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소아외과나 응급의학과, 외과, 산부인과 등 기피 진료과목 전문의가 동네의원을 운영하고 있다면 주변 종합병원 수술실과 장비를 이용해 자신의 환자를 수술할 수 있는 구조다.
필요하다면 정부가 수술실을 만들어 1차 의원 의사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함은 물론 수술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사고도 큰 하자가 없는 한 법적 책임을 묻지 않아야 한다.
역으로 대학·종합병원의 필수의료 진료과목 의사는 현재 소속된 병원 이외의 의료기관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 역시 병원계가 주장하는 ‘어텐딩 닥터’다.
제도권에서도 긍정적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필수의료 인력난 해소를 위해 보다 넓은 범위의 의료인력 공유 방식을 논의 중이다.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위기 상황에서 의료기관 간 의료인력을 공유할 수 있는 ‘공유형 진료지침’을 수립하는 한편 이를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의료개혁특위 산하 의료인력 전문위원회 윤석준 위원장은 “그간 공유형 진료는 시설과 장비를 공유하는 개방병원 제도라는 좁은 범위에서 이해된 측면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제한된 자원 내에서 미래의 바람직한 의료서비스 전달·이용체계 구축을 위해 인력 공유·협력 방안도 함께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최근 회의에서는 현재 운영 중인 ▲순환당직제 ▲심뇌혈관질환 인적 네트워크 시범사업 ▲개방형 소아암 진료체계 구축 등 기존 제도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졌다.
한 병원계 인사는 “지금 필수의료 인력 상황을 감안하면 기존 제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과감한 제도 혁파를 통해 어텐딩 닥터를 전격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