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3] 전국 수련병원 연례 최대 행사인 상반기 전공의(레지던트, 인턴) 모집 시즌이 다가왔지만 침체된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통상 상반기 전공의 모집은 수련병원들의 한해 '인력 농사'를 결정짓는 만큼 무게감이 높은 행사지만 의정 갈등이 9개월째 이어지면서 예년과 달리 뒤숭숭한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수련병원들은 정부와 의료계가 갈등 해결을 위한 타협안을 만들지 못할 경우 이번 모집은 큰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심의기구인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시일 내 '2025년도 상반기 전공의 모집 시행 계획'을 공개할 전망이다.
상반기 전공의 모집은 내년도 수련병원에서 근무할 레지던트 1년차와 인턴을 모집하는 과정으로 매년 11월 셋째주 모집 시행 계획을 공개하고 12월 첫째주에 모집을 진행했다.
올해도 모집 절차는 예년과 비슷한 시기에 진행 될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 복귀 여전히 요원…내년 상반기 모집 '무의미론' 우세
하지만 의료계에서 전공의 복귀가 요원한 상황에서 이번 모집은 무의미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자연스레 이어질 추가모집도 아무 효과 없는 '땜질식 처방'이라는 지적이다.
대학병원 수련교육부 관계자는 "모집 계획이 나오면 예년과 같이 진행은 하겠지만 의정 갈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전공의를 모집한다고 몇 명이나 지원할지 모르겠다"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수련병원들의 암울한 전망은 앞서 실패했던 전공의 모집 결과에서 비롯됐다. 지난 7~8월 진행된 하반기 전공의 모집 때 지원율이 1.6%에 불과했던 만큼 이번에도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다.
실제 수련병원들은 지난 7월 올해 하반기 전공의 채용을 위해 7645명을 모집했으나 지원자는 104명(지원율 1.36%)에 그쳤다.
특히 의사들 선호도가 높은 수도권 '빅5 병원'(서울아산, 삼성서울, 세브란스, 서울성모, 서울대)에도 지원자가 45명에 불과했다.
정부는 전공의에게 수련 복귀 기회를 최대한 부여하겠다는 취지로 추가모집도 실시했지만 이조차 지원자는 0명에 가까웠다.
주요 대학병원, 과별 포함 전공의 유치 활동 사실상 실종
수련병원들의 사라진 기대감은 '전공의 유치 활동'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수련병원은 그간 모집 시즌이 다가오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예비 전공의를 대상으로 업무환경, 시설, 접근성, 각종 복지 혜택 등을 피력해 왔다.
하지만 올해는 대다수 수련병원에서 전공의 모집을 위한 홍보 활동에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실제 삼성서울병원은 지난해 교수와 전공의가 후배 전공의 지원을 독려하는 홍보 영상을 제작했지만 올해는 조용한 모습이다.
아주대학교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도 교수와 전공의가 토크쇼를 진행하며 '구애 작전'에 나섰지만 현재 모든 활동을 멈췄다.
소위 '기피과'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병원들의 노력도 실종됐다.
서울대학교병원은 지난해 '저는 외과 1년차입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제작해 전공의 지원을 독려했지만 올해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모집 시즌이 다가오면 병원에서 자체적으로 여러 홍보 전략을 구사해 왔는데 현 상황에서는 홍보를 하는 것 자체가 모두에게 실익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 관계자는 "정부가 전공의 복귀를 위한 명분을 만들지 못할 경우 병원에서도 해결할 수 있는 특별한 방도가 없다"고 했다.
전공의 부재는 의료 시스템에 연쇄적 공백을 야기할 공산이 크다. '의대생-전공의-전문의'로 이어지던 의사 양성체계가 붕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출범한 여·야·의·정 협의체가 올해 안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겠다고 밝힌 이유도 같은 이유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1일 여야의정 협의체 첫 회의를 마친 뒤 "협의체는 12월 말까지 기한을 두고 운영한다"면서 "가능한 12월 22일이나 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야의정 협의체는 우선 사직 전공의 복귀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특히 상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사직 전공의가 응시해 합격하더라도 내년 3월 입대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해결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정부는 사직 전공의 복귀를 돕기 위해 진지하고 다양한 방안을 협의체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