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바이오사이언스가 췌장암 항암제로 개발 중이던 '무고통 항암제' 폴리탁셀을 사람뿐만 아니라 반려견 전용 항암제로도 개발한다.
현대바이오는 폴리탁셀 개발 소식을 대대적으로 알린 이후 2년간 임상 진행 소식을 전하지 못했는데, 갑작스레 반려견 항암제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현대바이오는 "정상세포를 손상하지 않고 암세포에만 약효가 집중되도록 개발한 항암제인 폴리탁셀을 반려견 전용 항암제로 품목허가를 받기 위해 실험을 진행 중"이라고 15일 발표했다.
현대바이오는 "동물용 의약품 임상시험 전문 CRO인 '컬프'에서 지난달부터 진행 중인 '반려견 항암제 임상 3상을 위한 유효성 실험'에서 자연발생 유선암에 걸린 반려견에게 폴리탁셀을 투여한 결과 안전성과 효능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반려견 전용 항암제 품목허가를 위한 임상3상은 품목허가 승인권자인 농림부 산하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신청 절차를 거친다.
현대바이오는 "현재 진행 중인 실험에 동원된 반려견 수는 3상 규모에 합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번 실험으로 사실상 임상 3상에 착수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바이오는 현재 진행 중인 유효성 실험에 이어 농림부에 임상 신청 후 개시되는 반려견 항암제 임상 3상도 대규모로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현대바이오가 그간 각종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는데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만큼, 반려견 항암제 개발에 대한 기대감도 크지 않은 상황이다.
폴리탁셀, 2022년 췌장암 치료제로 개발 시작했으나 '무소식'
폴리탁셀 역시 당초 현대바이오가 사람용 항암제로 개발하던 췌장암 치료제 후보물질이었다.
현대바이오는 지난 2022년 11월 설명회를 열고 폴리탁셀의 항암기전 및 글로벌 임상1상 디자인 공개했다.
당시 현대바이오는 폴리탁셀의 췌장암 대상 글로벌 임상 1상 계획을 호주 현지의 암전문 병원과 협의 중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회사 측은 "협의가 끝나는 대로 호주 인체연구윤리위원회(HREC)에 제출하기로 했으며, 우리나라보다 임상 개시 절차가 간소한 호주에서는 임상수행병원이 정해진 뒤 HREC에 임상계획을 제출하면 바로 임상 개시가 결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발표 이후 폴리탁셀 임상 진행에 대한 소식은 없었고, 구충제 성분인 항바이러스제 '니클로사마이드'를 이용한 각종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는 발표만 이어졌다.
구체적으로 현대바이오는 니클로사마이드로 ▲코로나19 치료제 ▲원숭이두창 치료제 ▲살인진드기 바이러스로 인한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치료제 ▲뎅기열 치료제 ▲p53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한 난치성 암 치료제 등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재까지 성과로 이어진 치료제는 전무한 상황이다.
현대바이오 오상기 대표는 "이번 반려견 실험 결과를 토대로 췌장암 환자 치료를 위한 폴리탁셀 임상 계획도 신속히 마련해 보건당국에 신청하겠다"며 "무고통 항암제 시대를 여는 것이 회사 목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바이오는 췌장암 대상 글로벌 임상 1상 계획을 협의 중이라고 발표한 지 2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임상계획을 마련하지 못했다"며 "매번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 중이라고 발표하지만 성과가 없어 기대감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대바이오 관계자는 "폴리탁셀 췌장암 임상은 비용, 환자 등록 문제 등으로 1상 논의 단계에서 중단됐다. 내년부터 임상에 속도를 낼 예정이며, 국내 또는 호주에서 임상을 진행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