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 심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정부가 추진하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등 의료개혁에서 소외된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들이 당당하게 적자 보전을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올바른 의료개혁! 공공병원 기능 회복·역량 강화를 위한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김윤·박희승·서영석·이수진·장종태·전진숙·허영 의원,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이 주최하고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가 주관했다.
최희선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이 발표됐지만 공공병원 기능을 회복해 지역완결의료 중심으로 세우겠다는 방침이 없다”고 토론회 취지를 밝혔다.
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회장도 “정부 개혁에서 지역공공병원에 대한 비전이 크게 부족하다”며 “지방의료원에 대한 근본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국 35개 지방의료원은 올해 의료손실 5281억원, 당기순손실 2510억원이 예상될 정도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기획실장에 따르면 올해 35곳의 평균 병상가동률은 59.2%이며, 진료과목을 모두 운영하는 곳은 12곳 뿐이다. 총 484개 병상은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원장 개인 노력만으로는 한계, 새 책임구조 필요”
지난해 부임한 서영준 영월의료원 원장은 책임감과 공공병원 자정을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영월의료원은 정부 분만병동 증축사업에 선정됐지만 지난 2년 간 분만 실적이 0건이었다. 올해 5월, 무려 22개월 만에 영월의료원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다는 소식이 있기 전에 서 원장의 결단이 있었다.
그는 “착한적자라고 부르기에는 부끄러운 수준으로 생산성이 낮았다”며 “국비를 받는데 분만실적이 없으니 죄송하지만 산부인과 의사를 내보냈다. 분만진료 의사를 못 구하면 어떡하냐며 말리던데 차라리 산부인과를 닫고 공론화시키는 게 공공기관장 책임이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원이 잘되는 것은 절반은 원장 능력, 절반은 운이다. 원장이 발벗고 뛰면 남부끄럽지 않은 공공병원을 만들 수 있고 그래도 발생하는 적자가 착한적자다”며 “장관 멱살을 잡아서라도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수준의 공공병원을 만들자”고 제언했다.
김창훈 부산대 의대 교수는 지방의료원을 지원하는 구조가 근본적으로 취약해 개별 병원 리더십 등 자구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봤다.
김 교수는 “시설 장비는 중앙정부가, 운영비는 지자체가 지원하는 구조가 위기에서 취약하다”며 “정부 의지 자체가 마모되는 구조를 해결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의료원장은 지자체 기관장, 국립대병원 사업부서 등을 다 상대해야 하는데 어렵다”며 “5년 정도 시한을 두고 지방의료원관리공단(가칭)처럼 책임 있는 기구를 만들어 이곳 이사장이 나서도록 하는 방안도 있다”고 제시했다.
“정부 지원 두고 민간병원과 공공병원 경쟁하면 안돼, 의료개혁에서 공공의료 중요”
정부가 민간병원과 공공병원을 구분하지 않고 지원한다면 결국 공공병원은 밀려난다는 우려 시각도 나왔다.
남은경 경제정의시민실천연합(경실련) 사회정책팀장은 “시설·인력을 갖춘 곳을 지원한다면서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이 경쟁하게 하고 있다”면서 “민간병원도 공공병원처럼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며 참여하면 모를까, 같은 기준으로 참여하는 건 실효성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김지연 보건복지부 공공의료과장은 지방의료원에 대한 지원이 충분치 않다는 것에 공감하면서 “회복 속도와 의료수요가 달라 역량 특성을 반영한 모델을 만들어보려 한다. 정부가 의료개혁 과정에서 공공의료를 잊지 않고 있음을 알아달라”고 강조했다.
이중규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도 “정부 개혁에 공공의료라는 단어가 들어있지 않다는 지적을 많이 한다”며 “정부는 환자가 진료 후에도 지역에서 연계된 서비스를 받는 모델을 그린다는 목표로 현재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