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이 수능 이틀을 앞두고 혈액암 진단을 받은 수험생에게 특실을 시험장으로 제공해 수능을 치룰수 있도록 지원해 따뜻함을 전하고 있다.
평소 건강하게 지냈던 여학생 가은이(가명)는 기침이 멈추지 않아 동네 병원에서 진료 후 최근 서울성모병원을 찾았다.
영상검사 결과 좌우 양쪽 폐 사이의 공간인 종격동에 종양이 보여 조직 검사를 진행했고 검사결과 종격동 림프종으로 진단됐다. 림프종은 가장 흔한 혈액종양으로 림프계 조직에 있는 림프구가 악성으로 변하는 질환이다.
영어, 스페인어 등 언어에 관심이 많아 외국어 교육에 특화된 대학교에 진학하고자 고등학교 졸업 후 1년을 더 준비했던 터라, 가은이는 올해 시험을 꼭 치르고 싶었다. 하지만 감염 위험으로 의료진이 허용할 수 있는 범위는 하루 외출이었고 서울에서 집인 경상남도까지 다녀올 수 없는 시간이었다.
갑작스러운 암 진단에 이어 치열하게 준비한 시험을 포기해야 할 안타까운 상황을 환자 면담을 통해 접한 병동 UM 윤선희 간호사는 “시험을 못 보면 희망을 잃어버릴 것 같아서 딸의 뜻대로 시험이라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보호자 얘기가 마음에 남았다.
이에 윤 간호사는 유관부서들에 문의하고 교육청의 협조를 통해 가은이를 위한 시험장 준비가 시작됐다. 병원은 교육청이 요구하는 기준에 충족하기 위해 수험생인 입원환자가 시험을 볼 독립된 병실 공간과 시험 감독관들이 시험 준비 및 대기할 수 있는 회의실과 휴게실이 있는 21층 특실을 준비하는 등 행정 절차를 진행했다.
의료진은 가은이가 수능 시험 후 바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일정을 조절했다. 항암치료가 시작되면 신체적으로 힘들 수 있기 때문에 수능 전까지는 최상의 건강상태를 유지토록 최선을 다했다.
주치의 민기준 혈액내과 교수는 “건강한 수험생도 수능시험은 큰 스트레스인데, 어려운 상황에도 꿈을 이루기 위해 시험에 도전하는 가은이를 응원한다”며 “시험 후 치료도 잘 마쳐 원하는 대학의 건강한 새내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가은이 어머니는 “아이 장래를 위해 신경 써주신 의료진들과 병원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수능시험을 볼 수 있게 돼 감사드리며, 수녀님들이 오셔서 기도도 해주신 만큼 치료 후 건강하게 퇴원해 원하는 학교에도 진학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