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 이후 통합 셀트리온 경영사업부 총괄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경영 전면에 나선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장남 서진석 대표 존재감이 뚜렷해지고 있다.
한시적으로 경영에 복귀한 서정진 회장 임기가 약 4개월 남은 가운데 서진석 대표의 경영 보폭이 확대되면서 승계 여부와 서 회장 재선임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20일 미국 임상정보사이트 '클리니컬 트라이얼즈'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2025년 2월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허쥬마( CT-P6)'의 SC 제형 글로벌 임상 1상을 시작한다. 셀트리온 항암 바이오시밀러 중 SC 제형은 처음이다.
임상 1상은 건강한 성인 200명을 대상으로 CT-P6 SC와 유럽에서 승인된 허셉틴 SC 간 약동학, 안전성, 면역원성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2025년 7월 종료를 목표로 하며 CT-P6 SC와 허셉틴 SC 간 약동학적 유사성을 확인할 예정이다.
셀트리온은 이번 임상에 인간 히알루로니다제를 처음으로 적용해 눈길을 끈다. 인간 히알루로니다제는 인체 내 피부 밑에 있는 히알루론산을 분해하는 효소다.
피하조직은 히알루론산 보호로 약물 전달이 쉽지 않은데, 인간 히알루로니다제를 이용하면 히알루론산을 분해할 수 있다. 이에 정맥주사 제형 의약품을 피하주사로 변경하기 위한 핵심 요소로 꼽힌다.
서진석 대표는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인간 히알루로니다제가 들어간 제품(바이오시밀러)를 개발 중이며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허쥬마 SC 제형이 첫 제품이 될 예정이다.
특히 서진석 대표가 "인간 히알루로니다제를 통한 SC 제형이 꼭 필요한 제품들은 자체 개발 중"이라고 밝힌 만큼, 셀트리온이 자체 개발한 인간 히알루로니다제가 적용될지 주목된다.
이 외에도 서진석 대표는 항체약물접합체(ADC) 항암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최근 첫 성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셀트리온은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 ADC 컨퍼런스 '월드ADC 2024'에 참가해 현재 개발 중인 ADC 신약 파이프라인(후보물질) 'CT-P70'과 'CT-P71'의 비임상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셀트리온은 오는 2029년 첫 제품 상업화를 목표로 ADC 신약 3종, 다중항체 신약 3종을 선정해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진석 대표는 연구개발뿐만 아니라 최근 처음으로 셀트리온 주식을 취득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서진석 대표는 지난달 셀트리온 주식 495주를 주당 20만2000원에 장내 매수했다. 매입대금은 총 1억 원이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셀트리온 승계구도가 서진석 대표로 구체화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서정진 회장의 남은 임기가 4개월에 불과, 향방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서정진 회장이 그간 상속세에 대한 부담을 토로하며 "2세에게 승계하지 않고 적절한 시기에 경영권을 전문경영인에게 넘겨주겠다"고 수차례 공언한 만큼 아직 지켜봐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