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과 함께 의사 사회를 뒤흔들었던 '의료인 면허취소법' 개정 시도가 첫 발을 뗐지만 신중한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달 19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하지 못하고 '계속심사'하게 됐다.
김예지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소위에서 의료인 면허취소법이 시행된 지 1년밖에 안 돼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며 "복지위 의원들 사이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왔기에 추가로 더 논의해보기로 했다"고 전했다.
현행 의료인 면허취소법은 지난해 4월 21대 국회를 통과하고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됐다.
'모든 범죄'에 대해 금고 이상 실형을 선고받으면 의료인 면허를 취소하는 게 골자였다. 또 집행이 종료된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도 면허를 재교부할 수 없었다.
이미 법은 개정됐지만 보건의료계는 서울시의사회·서울시치과의사회·서울시한의사회 등이 재개정을 이끌기 위해 공동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개정안 핵심은 의료인 결격 및 면허취소 사유 '완화'
이 같은 요구를 반영, 이번에 김예지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은 다시 이 같은 의료인 결격 및 면허취소 사유를 완화하는 게 핵심이다.
▲의료 관련 법령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않은 경우 ▲특정강력범죄·성폭력범죄·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종료된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등이다.
또 면허가 취소된 후 재교부 받은 이가 자격정지 사유에 해당하면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삭제하고, 재교부 제한 기간도 완화한다.
특정강력범죄·성폭력범죄·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등으로 면허가 취소된 경우 면허 재교부 금지 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한다.
정부와 국회 복지위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21대 국회에서 직무관련성 등 여야 간 충분한 논의로 개정됐고, 시행이 얼마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변호사 등 타 전문직역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면서 "해외 입법례 등 의료인 처벌 현황 등에 대한 추가 분석과 사회적 논의를 통해 개정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복지위 전문위원실 역시 "현행법이 지난해 11월 시행된 점을 감안하면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 법률의 잦은 개정이 바람직한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범의료계 대립 재현···의협·병협·치협·간무협 "찬성" VS 간협 "신중 검토"
보건의료 직역단체와 환자단체 간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대한치과의사협회(치협)·대한병원협회·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개정안에 찬성했다. 의료인 면허취소법이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고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의협은 "현행법대로라면 숙련된 의료자원의 소멸 및 필수의료 인력부족을 야기할 수 있다. 조속한 입법절차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치협은 "이번 개정안에 대해 전적으로 만족할 수 없으나 의료인의 비도덕적 행위와 강력범죄가 증가하는 가운데 일부분 개정 필요성을 공감할 수 있어 차선책으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취소법 추진 당시 범의료계와 대립각을 세웠던 대한간호협회는 신중검토 의견을 냈고 환자단체는 반대했다.
간협은 "다른 전문직종도 범죄 구분 없이 결격사유 등을 규정하고 있어 의료인만 달리 볼 이유는 없다"며 "강화된 현행 규정의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결격사유를 완화하는 건 시의적절하지 못하다"고 봤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결격사유 및 면허취소사유를 축소하면 의료인 면허 신뢰와 권위가 실추되고, 의료인 범죄 사전 예방 기능이 약해진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